이슬람 무장 세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위해 카불로 진격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인, 참모진과 함께 항공편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급히 도피했다. 결국 카불은 이날 탈레반에게 함락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역이 이들 단체에게 넘어갔다.
러시아 국영통신 스푸트니크는 이날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광보관의 말을 인용, "가니 대통령이 돈으로 가득 채운 차 4대와 함께 타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갖고 온 돈은 헬기에 다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정부 최초 여성 교육부 장관 랑기나 하미디(45)는 여전히 카불에 남아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미디 장관은 대통령의 도피 소식을 듣고 "충격적이며 믿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도망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이날 영국BBC 방송과의 실시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내일까지 우리가 살아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그는 "나에게는 11살 딸이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모든 어머니와 여성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 딸이 꿈꿔왔던 모든 미래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며 "만약 살아남는다면 나는 수백만 소녀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미디 장관의 아버지는 아프간 제2의 도시 칸다하르의 시장을 지낸 굴람 하이데르 하미디 시장으로 지난 2011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유학길에 오른 하미디 장관은 2003년 귀국한 뒤 구호기관을 만들어 국장을 맡았고 지난해 여성 최초로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장관이 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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