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활주로에 시민 모여들자 발포…“7명 사망”
美 “카불 공항 사태 해결 위해 탈레반과 협의 중”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정권을 재장악하자 현지 주민들이 패닉(공포)에 빠졌습니다. 수도 카불 공항에는 탈출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활주로를 점거하고, 항공기를 둘러싸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에 모든 민항기와 군용기의 운항이 일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인파가 몰린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 공항에는 총성도 울렸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이 한순간 모였고, 미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발포했습니다.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직전 당시 ‘사이공 탈출’ 보다 더 긴급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미 당국은 카불 공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탈레반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16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현지 주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고 탈레반이 삽시간에 정권을 장악하자 불안감이 동요한 카불 시민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탈출을 도모한 겁니다.
SNS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산발적인 총성이 ‘탕, 탕’ 하고 울리는 가운데 아이를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립니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시민들이 패닉(공포)에 빠져 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미국이 총을 발사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프다”라고 적었습니다.
한 미국 관리는 외신을 통해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다른 영상에는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탑승 계단으로 올라가기 쉽지 않자, 어떻게든 여객기에 오르기 위해 거꾸로 매달린 채 탑승계단을 오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아프간 항공 당국은 몰려든 인파로 여객기가 뜰 수 없게 되자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한 상태입니다. 이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등의 외항사는 항로 조정에 나섰습니다.
비행기 아래 매달려 무리한 탈출을 시도한 시민들이 추락해 숨지는 참극도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외신은 “항공기 바퀴에서 두 명이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세 명이 매달린 채 이륙한 상황에서 두 명이 추락해 숨진 것을 공항 인근 주민이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3명이 미군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활주로에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탈레반은 공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며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5년 동안 탈레반의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 통치를 경험했던 시민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시 음악, TV 등이 금지된 것은 물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은 돌로 쳐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가혹한 벌이 적용됐습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아슈라프 가니(72)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국외로 도피한 상태입니다. 탈출 당시 막대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니 대통령의 정확한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날 SNS에 “탈레반
미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붕괴와 관련해 미군을 철수 시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신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