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신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무장반군 탈레반에 함락될 위기에 빠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전광열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전 기자,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아프가니스탄이 결국 탈레반의 손에 넘어갈 것 같은데, 탈레반이 IS와 유사한 점이 많아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기자 】
그렇습니다. 탈레반 점령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거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 게 1996년부터 2001년까지였는데, 이슬람 경전을 멋대로 해석한 극단주의 교리로 통치했습니다.
공개 처형을 일삼고, 여자 어린이는 기본적 교육도 받지 못했고, 여성은 취업 활동을 제한받은 채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탈레반이 당시 집권기보다 현재 여성들을 더욱 가혹하게 다룬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6월 말 북부 타카르 지방의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뒤에 탈레반의 고위 인사가 주민들에게 15세 이상의 모든 소녀와 40세 미만의 과부들은 탈레반 전사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되면 여성과 어린이 인권 시계는 20년 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2-1 】
아프간 사태가 최악으로 갈 것 같아 걱정되는데요.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게 아프간 정부군이 얼마나 오합지졸이기에 이렇게 반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느냐는 겁니다.
【 기자 】
올해 4월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아프간군이 30만 명이 넘습니다.
반면 탈레반 핵심 전투대원은 6만 명이에요. 추종하는 지역 무장단체 대원과 지지자들까지 다 더해도 20만 명 안팎입니다.
【 질문 2-2 】
아니 병력 면에서 우위인데도 정부군은 왜 계속 지는 건가요? 미군이 지원해 주니까 무기도 정부군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뉴욕타임스가 "아프간군 실제 병력이 통계의 6분의 1밖에 안된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어요.
상당수가 임금을 타 먹으려고 거짓으로 등록한 허수라는 거죠.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다 더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돈이 거의 100조였습니다.
그런데 아프간 정부나 군대 모두 부패가 만연한 곳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 모든 미국의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죠.
반면 전 세계 아편의 90% 이상이 아프간에서 생산되는데 탈레반의 거점인 남부 헬만드주 마르자가 아편의 메카이고 여기서 탈레반의 자금이 나오는데 연간 3,5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탈레반은 최근 몇 년간 아프간군 시설들을 접수하면서 미군이 아프간군에 지원한 무기와 장비도 야금야금 확보했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병력과 물자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에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죠.
【 질문 3 】
그런데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게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한 바이든 정부가 아주 곤혹스러워졌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 기자 】
미국이 9·11테러 배후인 알 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에 발은 담근 게 2001년이었습니다.
그 이후 아프간전에 쏟아부은 돈만 2천조 원이 넘고, 미군 사망자도 2,300여 명에 이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1월 아프간 미군 부대를 깜짝 방문해서 탈레반과 협상을 재개하고 병력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뭔가 발을 뺄 것 같은 분위기를 내비쳤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지난 4월 빈 라덴도 제거했고, 이젠 아프간 지도자들이 스스로 싸워야 한다며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이 결정을 놓고 동맹국 중 특히 영국과 독일이 아주 못마땅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어요?
【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이 집권하면 미국이 다시 국제문제에서 지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36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난민 중 상당수가 밀무역 트럭에 몸을 싣고 국경을 넘거나, 탈레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정부군 통제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월남 패망 후 보트피플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이번 사태가 사이공 함락을 떠오르게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지금까지 국제부 전광열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