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주로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지역을 확산하면서 산불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온난화로 딱정벌레 서식지 북쪽으로 확산, 죽은 나무 폭염에 산불 원인
복스에 따르면 이 작은 곤충은 주로 나무를 파먹고 산다. 만약 나뭇가지와 잎이 하얗게 변했다면 그 안에 딱정벌레가 엄청나게 서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나무를 제거하지 않으면 숲 전체가 위험해 진다는 것이다.
딱정벌레가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산림 생태학자인 레베카 웨이먼은 "과거에는 발병 정도나 강도가 제한적이었지만 점차 많은 나무들이 (딱정벌레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화재에 대한 우려는 인간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상에 딱정벌레는 약 30만여종으로 미국에는 약 60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2종이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으로 꼽힌다. 특히 '소나무좀'은 가장 악명높은 딱정벌레로 꼽힌다.
미 남동부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는 '소나무좀'은 지구 온난화로 뉴욕주까지 서식지를 확산하고 있다.
미국 산림청 연구 곤충학자 크리스 페티크는 "소나무좀의 먹잇감은 소나무와 잣나무"라며 "이들은 나무껍질을 벗기고 구멍을 파고 들어가 알을 낳고 번식하는 데 이때 나무도 수액을 내뿜으며 대항을 하지만 당해내질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딱정벌레에 침공당한 나무들은 1년 사이에 수분 80~90%가 사라지면서 말라 죽는다"고 덧붙였다.
↑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서울 면적 3배 이상 태운 '대형산불', 주범은 딱정벌레…통제된 산불로 박멸 vs 농약으로 제거해야
뉴욕주는 소나무좀이 등장하면서 7년만에 소나무 1만 그루가 죽었다. 페티그가 공동 저술한 최근 산림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이 딱정벌레는 미국 서부에서 산불로 사라진 나무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나무를 죽였다. 역사상 최악의 해는 2009년으로 당시 '소나무좀'은 약 900만 에이커의 서부 숲을 초토화시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나무를 죽이는데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지구 온난화로 따뜻한 곳에 주로 사는 딱정벌레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북쪽에 있는 산까지도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딱정벌레에 의해 말라 죽은 나무는 쉽게 불이 날수 있는 재료가 됐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가장 큰 산불 중 하나인 2020년 크릭 화재와 최근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부틀레그 불에는 모두 딱정벌레와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USA투데이 조슈아 예거와 마크올랄드는 당시 "크릭 화재의 원인은 딱정벌레에 의해 말라 죽은 나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2주 이상 계속된 오리건주 산불은 서울 면적(605.2㎢) 3배를 집어 삼켰는데 역시 딱정벌레가 죽인 나무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페티그는 "딱정벌레가 숲을 죽이이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화재의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 속도대로 나무가 계속 딱정벌레에 의해 죽어간다면 '대형 화재'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우리는 딱정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통제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산불'을 일으켜 해충을 제거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산불'보다는 농약 등으로 이들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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