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미군 철수를 앞두고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부의 무게추가 탈레반 반군 쪽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군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백기를 드는 형국이다. 미국 군·정보 당국 내부에서는 아프간 수도 카불이 석 달 안에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아프간 남부의 주요도시인 가즈니와 칸다하르 현지 르포에서 정부군이 탈레반의 기세에 눌려 잇따라 도망치거나 항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근 가즈니에서 탈레반 저격수들의 공격을 받은 한 무리의 병사들이 기지에서 도망쳐 나와 지나가는 차를 세워 달아났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정부군의 사기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CNN이 이튿날 같은 기지를 방문했을 때에는 일부 병사들이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아예 군복을 벗고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같은 날 북부 쿤두즈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영상에도 군복을 입지 않은 채 탈레반에 투항하는 군인들이 포착됐다. CNN은 아프간 각지의 정부군들이 암살이나 자동차 폭탄, 가차없는 탈레반의 공격 등에 압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들은 아프간에서 이미 탈레반에 함락된 지방 수도 9곳 이외에도 또 다른 10여개 도시들이 즉각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아프간 의회의 굴 아마드 카민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100만 여 명의 칸다하르 시민들이 언제 자신들이 살해당할지, 언제 자신들의 집이 파괴당할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민 의원은 "그런 일은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칸다하르는 분명히 포위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는 익명의 미국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탈레반이 30일 안에 수도 카불을 고립시켜 90일 내에 점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초 미국 군·정보 당국은 탈레반이 미군 철수 이후 6~12개월 사이에 현 정부를 붕괴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카불 주재 대사관 축소·철수 등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연일 지방 주요도시들을 점령하고 수도 카불을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오면서 암울한 전망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한편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아프간 평화를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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