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직 강제·중매결혼 일반적
↑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루키아 하이다리(21, 맨 오른쪽)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19년 11월 모하마드 알리 할리미(25, 가운데)와 강제로 결혼했다 / 사진=호주WA주 대법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유를 찾아 호주로 떠난 여성이 결국 강제 결혼 후 두 달 만에 남편에게 살해 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각으로 9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루키아 하이다리(21)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건이 있던 날 아침, 그녀의 남편은 처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아내가 다정하지가 못하다. 첫날 밤도 아직 치르지 못했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남편이 살해 당시 사용한 흉기 / 사진=호주WA주 대법원 |
하이다리의 오빠는 수화기 너머로 “제발 때리지말라”는 여동생의 애원이 들린 뒤 전화가 끊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전화를 걸어온 하이다리의 남편이 “남자라면 와서 네 동생 시신을 가져가라” 말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하이다리는 끊임없는 내전을 피해 16살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건너갔습니다. 그녀는 호주에서의 삶에 만족해하며 빠르게 적응해나갔습니다. 하이다리의 고등학교 친구는 “호주에 정을 붙이고 살고 싶어했다.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했고, 열심히 노력해서 영어도 제법 빨리 습득했다”고 전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났지만, 호주에서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무슬림 부모가 정해준 짝과 결혼해야만 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이다리의 친구는 “졸업 전 하이다리가 내게 강제결혼에 대해 털어놓았다. (강제 결혼을 두고) 어찌나 마음고생을 하며 밤잠을 설쳤는지, 졸업 직전에는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부쩍 잦았다고도 전했습니다.
하이다리는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집 반대편에 있는 서호주 퍼스로 팔려갔습니다. 남편 모하마드 알리 할리미(25)는 하이다리의 집에 1만5000호주달러(약 1260만 원)의 지참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결혼 두 달 만인 2020년 1월 18일 하이다리는 역시 무슬림이었던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습니다.
지난주 서호주대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남편은 “(하이다리가) 오랜 기간 성관계를 거부해 정신적 고통과 혼란에 시달렸고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은 서호주대법원이 하이다리를 무참히 살해한 남편에게 19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무슬림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강제
호주는 강제결혼을 노예제도나 다름없는 범죄로 여기나, 실제 강제결혼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하이다리도 강제결혼을 3개월 앞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호주 연방경찰 인신매매팀에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비밀리에 제보했지만 아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