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스타일로 혐오…일베 떠올라"
↑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안산 선수 관련 로이터 기사 / 사진=로이터 홈페이지 캡처 |
2020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혼성·여자 단체전)에 오른 안산(20) 선수가 '숏컷'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외신들도 안 선수를 향한 누리꾼들의 혐오 공격을 조명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29일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양궁 선수가 짧은 머리로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남성들 배경에는 반페미니즘 정서가 있다.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은 '온라인 학대'"라며 "한국에서는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한 공공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페미니즘이 뜨거운 화제"라고 전했습니다.
BBC 방송도 "양궁 2관왕에 오른 안 선수가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짧은 머리를 한 사진을 올리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인 로라 버커는 "안 선수를 향한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며 "성평등 문제 및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의 20대 남성 중 58.6%가 페미니즘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통계를 인용해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서울지부 객원 기자인 켈리 카술리스 조 또한 "안 선수는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남성 누리꾼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헤어스타일 하나로 혐오 운동이 벌어지다니, 일베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안 선수는 왜 머리를 짧게 자르느냐는 한 누리꾼의 물음에 "그게 편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안산은 숏컷을 했으니 페미니스트"라면서 안 선수가 여대 출신인 점 등을 거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라는 과격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안 선수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안산 수호'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머리가 짧다는 이유는 여성 비난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안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오늘도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달라.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려라"라고 격려했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미 같은 모습은 없다"면서 자신의 숏컷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이러한
논란이 확산하자 양궁협회 관계자는 "큰 경기를 앞둔 안산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줬으면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