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남은 어깨 근육도 80% 손상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대표팀 ‘캡틴’ 오진혁(40·현대제철)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의 무게는 남다릅니다. 오진혁이 하나 남은 어깨 근육으로 이뤄낸 집념의 결과입니다.
오늘(26일) 오진혁은 동생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함께 출전한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이후 9년 만에 일궈낸 쾌거입니다. 오진혁은 양궁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이자 ‘캡틴’ 이지만, 사실 그는 어깨 부상이라는 고독한 싸움을 홀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오진혁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땄습니다. 한국 남자 양궁의 역사적인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었습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높은 기량을 보였고 국민들에 양궁 간판 스타로 각인됐습니다.
그러나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7년 어깨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011년부터 느껴진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큰 부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활 시위를 당길 때마다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결국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극심한 통증에 병원을 찾은 오진혁은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가운데 3개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또 남은 회전근 하나도 80%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사는 이 상태로 지속될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은퇴를 권유했습니다. 또 수술을 해도 어깨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진혁은 올림픽에 한 번 더 서겠다는 일념으로 수술을 받지 않고 각종 진통제를 맞으며 버텼습니다. 근육 유연성을 늘려주는 주사를 어깨에 맞아야만 대회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오진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지만 단체전 결승에서 쓴맛을 봤습니다. 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며 작년 대표 선발전에서 도쿄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나이 마흔에 이뤄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면에 위기도 있었습니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며 고통의 시간은 그만큼 길어졌습니다. 어깨가 약해진 만큼 활도 가벼운 것으로 바꿨습니다. 그만큼 바람에 취약했지만 오진혁은 수많은 경험과 감각으로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그 결과 든든한 두 동생과 함께 나선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가 어깨가 끊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훈련에 임한 것도 못 이룬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향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단체전은 동메달에 그쳤고, 당시 혼자 금메달의 영광을 누린 미안함이 마음에 남은 것입니다.
한편 오진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랜 기간 한국 양궁을 지켜온 오진혁이기에 이번 금메달은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옵니다.
오진혁은 “올림픽이란 무대에 꼭 다시 한번 더 서보고 싶다
또한 “여러분도 저처럼 할 수 있다. 안 해서 못하는 거지, 하면 다 할 수 있다. 젊게 마음을 먹으면 몸이 젊어진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