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13일 현지매체와 로이터 등 보도를 종합하면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국회에 출석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3.8%로 낮춘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우리는 4.1%에서 최대 5.1%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기대했다"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사회·경제적 이동 제한 조치가 한 달 간 전개되며 감염 확산세를 낮추는 것을 토대로 올해 성장률이 3.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3일부터 자바섬과 발리섬에 비상 사회활동 제한을 발동해 필수업종 외 100% 재택근무와 외식금지, 교통량 제한 등 규제를 시행 중이다.
앞서 태국 중앙은행 역시 지난달 말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1.2%P 낮춘 1.8%로 바꿨다. 이에 따른 내년도 성장률 역시 4.7%에서 3.9%로 0.8%P 조정됐다.
당시 회의에서 위원들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태국 경제의 회복 패턴을 'W'자형으로 바꿔 경기회복 속도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태국은 최근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000명대를 넘어서며 팬데믹 발발 후 최악의 대유행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역시 최근 4차 대유행 국면에 빠져들면서 하반기 성장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례 없는 4단계 거리두기 조처가 시작되면서 급격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이 최근 경기회복 속도에 이상 징후를 드러내면서 하반기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일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5%P 전격 떨어뜨리며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인민은행은 확고한 긴축 전환 움직임을 보였으나 당초 기대만큼 중국 소비시장의 회복세가 따라주지 못하자 최근 긴축 계획을 접고 지준율 인하로 돈풀기에 나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관전포인트는 한국은행이 인민은행처럼 요동치는 대내외 경기 변수를 재빨리 포착하고 태세 전환에 나설지 여부다.
지난달만해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장에 제시하면서
중앙은행 총재의 메시지에 굶주린 시장에 한국은행 총재가 작심하고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음에도 불과 한 달만에 한은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변이 팬데믹과 중국발 경기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해 하반기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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