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부스터샷 언론플레이에 경고장을 날린 앤서니 파우치 박사. |
미국 내 백신접종 속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앨버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보건당국과 사전 논의 없이 언론에 자사가 개발 중인 부스터샷의 긴급사용 승인 신청 계획을 밝히면서 백신 정책에 혼선을 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기존 백신 접종만으로는 효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화이자의 이른바 '언론 플레이'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최고 의료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화이자는 규제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부스터샷의) 사용 권고 여부는 이 규제기관들과 함께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화이자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델타 변이발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설파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
미국 보건 관료들의 시각에서 보면 화이자는 확고한 과학적 데이터가 아닌 한정된 실험 데이터만 가지고 미국민들에게 "부스터샷이 투여되면 최대 10배의 효과성 강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익은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이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이른바 '도어 투 도어' 전략을 쓰며 백신 접종 확대에 안간힘을 쏟는 정부 노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48%대로 저조한 가운데 벌써부터 부스터샷 이슈가 불거질 경우 1회 접종조차도 기피하는 국민들에게 더 큰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목요일 화이자가 부스터샷 사용승인 신청 계획을 발표한 뒤 CDC와 FDA 등은 이례적으로 "2차접종까지 마쳤으면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1·2회 접종을 마치면 현재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에도 과학적 데이터 없이 정부 정책에 혼선을 주는 화이자의 경거망동에 제대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부스터샷 논쟁은 국제사회에 공평하고 보편적인 백신 공급을 지향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배분 계획에도 중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백신이 아직 다른 국가들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가운데 미래 부스터샷 주문 수요가 공급부족 사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가 보건 노동자와 취약 계층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도 전에 부스터 샷을 위해 수백만 회분을 주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제약사들이 부스터샷 생산 여력을 백신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역시 백신 부족으로 사망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소중한 백신을 부스터 샷으로 사용할 경우 "우리는 분노에 차서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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