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 쿠바에서도 반정부 시위…"자유" "독재타도" 외쳐

백신 부족·경제 위기에 민심 들끓어 이례적 소요 사태

공산국가 쿠바에서 흔치 않은 반정부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1일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쿠바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정권에 항의했습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독재 타도", "자유", "조국과 삶" 등의 구호를 외치는 영상들이 'SOS쿠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조국과 삶'(Patria y vida)은 쿠바 뮤지션들이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구호인 '조국 아니면 죽음'을 비틀어서 만든 힙합 노래로, 상징적인 반체제 구호가 됐습니다.

AFP통신운 이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시위 현장을 찾자 일부 젊은 시위대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으며 "두렵지 않다"고 외친 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미국 마이애미 등 쿠바 바깥에서도 지지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쿠바에선 반정부 시위가 드물게 일어나지만 최근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결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시위는 미국 경제봉쇄 등에 따른 오랜 경제난과 물자 부족 속에 코로나19까지 악화하며 국민이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풍부한 의료 인력과 엄격한 통제로 코로나19 초기 눈에 띄게 선방했던 쿠바는 최근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 하루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시민들에게 접종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을 막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미 일간 마이애미헤럴드는 의약품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 등에 지치고 분노한 시위대가 "백신을 달라"거나 "굶주림을 끝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시위자는 AFP에 "전기와 식량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참여했다"고 밝혔고 산티아고의 한 시민은 로이터에 "위기에 항의하는 것이다. 식량도 약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을 찾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영방송의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 쿠바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혼란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며 "누구라도 우리의 상황을 조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