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장소에선 마스크 착용 안내할 것”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를 완전히 해제하려고 했던 영국 정부가 실내 착용 ‘권고’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확진자 3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노마스크’ 논란이 불거지자 해제를 밀어붙이던 영국 정부가 한 발 후퇴한 것입니다.
외신 BBC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나딤 자하위 백신담당 정무차관은 “‘실내와 막힌 공간에선 마스크 착용이 기대된다’는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마스크 착용 ‘의무’ 수준을 ‘권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예정대로 19일에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적 의무는 사라지더라도 복잡한 장소에선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라고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자하위 차관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에서 기대된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BBC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결정은 미착용이 감염을 늘리기 때문이 아니라,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 코로나19 사태가 종료 메시지로 전달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포함해 방역 규제 전반에 대해 해제하고 각자 상식에 따라 판단하게 할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5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백신 접종 성과를 내세우며 코로나19 방역 규제 해제를 대대적으로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델타 변이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퍼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코로나 사태 초기처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입으며 ‘노마스크’ 찬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정부는 인구의 65%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것을 이유로 규제 해제를 강력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등 과학자 120여 명은 존슨 총리의 계획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 높이며 공개서한을 학술지 ‘랜싯’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SNS를 필두로 시민들 사이에서 해시태그 '마스크를 씁시다'(#WearAMask)가 삽시간에 번지는 한편 의대 교수, 정치인 등 마스크 의무화 운동에 가세했습니다.
한편 어제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1천772명, 사망자는 26명입니다. 사망자 규모는 작지만 전주와 비교하면 66% 급증한 상황입니다.
영국 정부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코로나19 백신이 입원·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일 확진자 3만 명이 넘는 가운데 잉글랜드가 사상 첫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에 오르자 시민들이 노마스크로 환호하는 모습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지난 1960년 첫 대회부터 유로 우승을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유로2020 4강전에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결승행 티켓이 확정되자 수많은 팬들과 영국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경기장 내 관중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맥주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함성을 질렀습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한 것 같은 모습이 펼쳐진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에 확진자 증폭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실제로 유로 대회 이후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