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체벌하며 "다 너 잘 되라고 그런거다, 시간이 지나면 부모마음 이해할거다" 라고 하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벌 이후에도 아동에게는 긍정적인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고, 체벌이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지도 못했다.
CNN은 28일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신체적 처벌은 어린이에게 실질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대 연구원을 포함한 국제과학자그룹은 미국,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그리스, 일본, 스위스, 터키, 영국에서 실시한 69건의 연구결과를 살펴보고 7가지 공통 주제를 확인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결론은 체벌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이다. 논문 선임저자이자 텍사스대 인간발달및 가족과학교수인 엘리자베스 거쇼프는 "모든 증거는 신체적 처벌이 아동의 발달과 웰빙에 해롭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이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고, 무기로 위협하는 등 아동학대라고 할 수 있는 과격한 형태의 체벌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19개 독립적인 연구 중 13개에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은 때리거나 다른 형태로 체벌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밖으로 드러나는 문제행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거쇼프는 "(체벌을 당한 아이에게서)공격성, 반사회적 행동, 학교에서의 파괴적 행동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아동의 성별이나 인종, 민족성과는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체벌을 받은 어린 아이들이 체벌을 받지 않은 아이들보다 인지능력이 덜 발달했다. 체벌 횟수가 많아질 수록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부 연구에서는 체벌을 받은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규칙 지키기를 거부하고 악의적인 보복을 하는 징후도 관찰됐다.
부모의 양육 스타일과 체벌과의 상관관계도 거의 없었다. 부모가 평소 아이를 따뜻하게 대한다고 해서 체벌의 부정적인 결과가 상쇄되지 않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4세 어린이의 63%인 약 2억5000만명이 엉덩이 때리기를 허용하는 국가에 거주한다. 이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보호자로부터 신체적 처벌을 받는다.
CNN은 아직까지도 체벌이 많은 국가에서 남아있으나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3년에는 부모의 약 50%가 아이를 때렸다고 응답했지만, 2017년에는 아이를 때렸다는 응답이 35%로 감소했다.
아동폭력 근절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End Violence Against Children)에 따르면 전세계 62개국이 모든 환경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 처벌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린이의 13%만이 모든 체벌로부터 법적으로 완전히 보호받고 있다고 이 기관은 설명했다. 31개국에서는 여
거쇼프와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체벌이 널리 퍼져 있어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모든 국가는 모든 형태와 환경에서 체벌을 금지해 아동의 인권을 옹호하고 복지를 증진하라는 UN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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