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백악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미국에서 미얀마식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CNN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플린 전 보좌관은 전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큐어넌(QAnon) 관련 포럼 행사에서 자신을 해병이라고 소개한 한 청중이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에선 왜 일어날 수 없는지 알고 싶다'는 질문에 "이유가 없다. 내 말은 그것이 여기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옳다"고 답했습니다.
CNN은 "플린이 미국에서의 미얀마식 쿠데타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달 동안 큐어넌과 트럼프 지지 온라인 포럼은 미얀마에서의 군사 쿠데타를 찬양해왔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게 같은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암시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큐어넌 추종자들과 선거가 조작됐다는 거짓 주장을 뜻하는 '새빨간 거짓말'(The big lie)을 퍼뜨리는 이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큐어넌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으로, 트럼프의 사기 선거 주장을 옹호하면서 지난 1월 의회 난입에도 적극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3성 장성 출신으로 미국 국가안보 정책을 조율하고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지낸 플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도 이를 뒤집기 위해 '계엄령 발동' 운운한 전력이 있는 인사입니다.
트럼프의 패배가 기정사실화한 작년 12월 백악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경합주(州)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그 주에서 각각의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는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라며 "계엄령은 64차례 시행됐다"라고까지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참모들은 이에 반발했고, 플린도 그가 계엄령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안보보좌관 역임자의 발상만으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큐어넌은 이를 믿었고 희망해왔습니다. CNN은 "플린은 큐어넌 운동의 영웅으로 비친다"고 전했습니다.
플린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결탁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플린은 이날 행사에서도 "트럼프가 이겼다. 국민 투표에서도,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겼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 백길종 기자 / 100road@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