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 연합뉴스] |
비트코인 채굴이 야기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배출 논란이 쟁점화한 지난 2월.
에너지 시장 분석가인 유리 험버 유리그룹 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옹호론자라는 건 주지의 사실.
험버 회장은 테슬라가 회사 재무 전략 차원에서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이 회사를 이끄는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유발되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 소모와 환경파괴 문제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테슬라가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에게 매년 보고해야 할 '지속가능 보고서'로 접근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테슬라가 사회·환경 이슈에 정직한 기업이라면 구매한 비트코인 총량과 이를 채굴비용(전력 사용량과 이에 따른 탄소배출 규모)을 자사의 지속가능 보고서에 올 연말 반영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머스크 CEO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보다 책임 있는 기업 경영자라면 그간 자신의 트윗을 통해 끌어올렸던 비트코인 가격과 이에 따른 채굴 경쟁·환경피해 문제를 공적 매몰비용으로 환산해 옹호글의 끝단에 주석으로라도 붙여야 한다.
그러나 그 자신은 물론, 머스크 CEO에 열광하는 암호화폐 투자자 누구도 그 불편한 통계를 머스크 CEO 트윗에서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험버 회장은 이란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전력을 잡아먹는 채굴시설로 인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빠진 현실을 언급하며 기고문 끝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탈집중화하고 규제받지 않는 이 암호화폐 시스템의 백미는 그 누구의 책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험버 회장이 기고문 제목에서 머스크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위선자'로 지칭한 것도 암호화폐 채굴이 야기하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투자자들의 위선적 행태와 그 욕망의 대리자로서 머스크의 효과적 역할 수행을 환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12일(현지시간) 뒤늦게 전기먹는 하마인 비트코인 채굴 문제를 거론하며 트위터에 "앞으로 단 하나의 비트코인도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태껏 이 불편한 문제를 눈감아왔던 머스크 CEO가 느닷없이 환경 문제를 각성하고 이 글을 올렸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이보다는 테슬라에 투자하는 거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당신의 ESG 경영 능력이 의심된다"는 압박이 쏟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친환경 자동차 기업'이라는 테슬라 기업 가치를 지켜야 하는 머스크 CEO가 반복적으로 비트코인 옹호론을 펼치는 것은 테슬라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다.
이는 충실하고 선량한 경영인로서 의무( Fiduciary Duties)를 위배해 머스크 CEO가 테슬라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만약 머스크 CEO가 이날 보다 충실하고 선량한 경영자로서 회사의 비트코인 거래 중단 트윗을 올렸다면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아야 할 것이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을 중단한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의 배경에는 최고경영자로서 나의 책임도 크다. 그간 암호화폐를 옹호해왔던 나의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회사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로 인해 피해를
그러나 머스크 CEO 트윗 어디에도 이런 사과의 메시지는 없다.
하물며 거래 중단 트윗 하루 전 트윗에서 머스크는 "당신은 테슬라가 도지코인을 받아들이기를 원하냐"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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