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는 선급금 계약을 하고 자발적으로 몸을 판 여성이라는 내용을 실은 한국사 대학 교재가 미국에서 출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는 미국의 교재 전문 출판사인 코넬라 아카데믹 퍼플리싱이 일본 우익의 왜곡된 역사관을 담은 교재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형성: 한국사'(The Making of Korea in East Asia: A Korean History)를 출판했다고 현지시간으로 오늘(2일) 전했습니다.
이 책은 일본계 미국 학자인 치즈코 앨런 하와이대 박사가 집필해 지난해 12월1일 출판했습니다. 고조선부터 21세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보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이후 상황에 대해 "1930년대 조선인 매춘 중개인들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조선인 매춘부를 만주와 일본, 중국으로 보냈다"고 적혀있습니다.
특히 "일부 여성은 조선인 중개인에게 속거나 납치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여성은 스스로 몸을 팔거나 가부장제도에서 가장의 빚을 갚기 위해 선급금을 받고 2~3년간 매춘을 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이 같은 조선인들의 매춘부 모집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앨런 박사는 한국사 교재에서 "일본군이 1930년대 말부터 1945년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 태평양의 전쟁지대에서 필요한 위안부를 모집할 때도 중개업자들이 가난한 조선인 가족들로부터 여성을 알선하는 방식이 사용됐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 계약행위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과 유사한 주장이 미국에서 교재의 형태로 발간된 것입니다.
아울러 앨런 박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1931년부터 1936년까지 우가키 가즈시게 조선 총독 시절 조선인들은 문화적 성장과 낙관주의의 시대를 계속해서 향유했다"고 적는 등 일본 우익의 시각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州)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지역 고등학교 교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기술돼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우익의 주장을 담은 대학 역사 교재 출판으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미국 내에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아시아 역사 시리즈'로 기획된 이 교재는 현재 아마존을 비롯해 반스앤드노블 등 미국의 유명 서점에서 판매 중입니다. 다만 시장에 나온 기간이 짧아 얼마나 많은 대학에서 사용 중인지는 확인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출판사 측은 역사 왜곡을 담은 교재 출판 경위를 묻는 이 교수의 질의에 "이 책은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피어리뷰'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더 알아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앨런 박사는 최근 일본 우익 학계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학자입니다.
지난 2016년에도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인용한 위안부 논문을 일본 '모럴로지 도덕 교육재단'의 역사왜곡 단체인 '역사인식문제연구소'에 발표하고,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모럴로지 재단은 램지어 교수를 임원으로 위촉한 '일본 문명 연구포럼'을 설치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일본 우익학자들의 집결지로 불리는 레이타쿠(麗澤)대를 운영하는 유사종교 재단입니다.
또한 앨런 박사는 일본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해외선전지 '저팬포워드'에서도 필자로 활동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이영훈 전 교수의 책 '반일종족주의'를 극찬하는 영어 서평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3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학회에서 개인발표자 자격으로 일제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진희 교수는 일본 우익이 지금껏 미국 내 백인 남성 학자들을 통해
또한 이 교수는 "한일 연대의 형태로 구사되고 있는 식민지배 및 전쟁범죄 역사 왜곡의 논리가 미국 학계에 수출되고 재활용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실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