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상을 등지고 한 외딴섬에서 홀로 살아온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지난달 26일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부델리섬에서 거주해 온 마우로 모란디(81)씨는 당국과의 줄다리기 끝에 보금자리를 떠나게 됐습니다.
모란디는 지난 1989년, 보트 여행을 떠났다 선박 고장으로 잠시 머무르게 된 부델리섬에 마음을 빼앗기게 됐습니다.
부델리섬은 사르데냐섬 북단 해안가에 위치한 1.6㎢ 크기의 무인도로,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합니다.
모란디는 지난 32년간 이 섬의 해변과 길을 청소하고, 여행자들에게는 섬의 새와 나무 등 생태환경을 알려주는 지킴이로 살아왔습니다.
가끔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유하기도 하는 등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2016년의 일이었습니다.
소유권 다툼 끝에 이 섬을 인수하게 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이 섬을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겁니다.
해상국립공원 측은 모란디에게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자택의 구조를 변경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모란디는 인근의 큰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여생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부델리섬을 지금처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그가 섬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돕자는 청원 운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도지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amable04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