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경찰이 13세 용의자를 사살한 현장 동영상이 사건 발생 17일 만에 공개됐습니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Civilian Office of Police Accountability)는 현지시간으로 오늘(15일) 경찰 총격 피해자 13살 애덤 톨리도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경찰 보디캠과 제3자 카메라 등에 잡힌 동영상을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이들 동영상은 앞서 그제(13일) 톨리도 유가족에게 먼저 공개됐으며, 시카고시는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요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2시 35분쯤 시카고 서부 라틴계 밀집지 리틀빌리지에서 발생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톨리도는 또 다른 용의자 21살 루벤 로먼과 함께 길을 걷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이 검문하려 하자 달아났고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았습니다.
경찰은 톨리도가 총을 소지한 채 달아나다 뒤돌아서서 대항하는 등 위협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 동영상에서는 그가 멈춰서서 두 손을 들고 돌아선 순간 경찰이 발포했고, 당시 톨리도 손에 총이 있었는지 불분명합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동영상 시청 후 "톨리도가 경찰에게 총을 겨눈 증거는 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COPA의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라이트풋 시장과 톨리도 유가족 변호인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동영상 공개가 유가족·지역사회·시카고시의 치유를 향한 첫 단계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각자의 감정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라이트풋 시장은 "아들이 끔찍하게 생을 마감한 순간이 담긴 영상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며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두 가지는 명확하다. 첫째 톨리도는 한밤중에 총을 가진 성인과 함께였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피격됐다. 둘째 우리 도시에는 제도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이 너무 많고,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만성적인 총기 폭력을 개탄하면서 "길거리에 총기가 너무 많다. 연방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총기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연방검사 출신 라이트풋 시장은 지난 2014년 10월 시카고 경찰이 흑인 10대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에게 16차례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전국적인 파문이 일었을 당시 시카고 경찰 태스크포스(TF)팀을 이끌었고 경찰위원회 의장도 지냈습니다.
그는 "도보 추격은 용의자와 경찰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린다"면서 시카고 경찰이 도보 추격과 관련한 경찰 지침을 여름 시즌 이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경찰의 과잉대응과 폭력으로 얼룩진 긴 역사로 인해 상처가 많은 도시에 살고 있다"며 "시카고가 톨리도를 지키는 데 실패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 어린 또 다른 10대가 경찰 손에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학년(한국 중1) 학생인 톨리도는 근래 수년간 시카고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피해자 가운데 최연소라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동영상 공개 하루 전날인 어제(14일) 밤 시카고 도심에서 '투명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편 톨리도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로먼은 지난 9일 검거됐고, 검찰은 그를 불법 무기 사용, 무분별한 발포 및 아동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