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6만4000원.
지난해 12월 9일(현지시간).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약 1280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애리조나주 경매로 사들였다. 이를 한국 기준으로 바꾸면 평당 6만4000원이다.
그런데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현지 공장과 더불어 애리조나주를 신공장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텍사스주의 감세 혜택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애리조나주에 새 공장을 짓겠다는 구상인데, 매일경제 취재 결과 애리조나주 유력 부지 감정가가 4개월 전 TSMC가 사들인 부지 대비 두 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기업 진출로 현지 부동산 시장이 가열된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까지 인근 부지를 사들일 가능성이 커지지자 현지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애리조나주 지역 매체들의 그간 보도를 보면 주(州) 토지국은 이달 하순에 경매로 1099에이커를 공개매각할 예정이다.
이 부지는 피닉스시 동북부에 위치한 농지로 현지 매체들은 애리조나주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 부지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왔다.
구글맵을 기준으로 이 부지는 TSMC가 같은 방식으로 토지국으로부터 매입한 부지와 차량 이동 시 15분밖에 안 걸리는 지근거리다.
그런데 공개매각 전 주 토지국의 감정가를 비교해보면 TSMC 부지는 평당 6만4000원에 불과한 반면 삼성전자 입찰 가능성이 거론되는 부지는 최소 입찰금액이 평당 10만7000원에 이른다.
피닉스주를 기준으로 TSMC 부지보다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주변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지만 오히려 주 토지국은 감정가격을 더 높게 산정한 것이다.
TSMC의 경우 작년 12월 약 1000억원을 들여 주 토지국이 설정한 최저금액과 동일한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TSMC 매입 부지는 순수 토지 부분에 대한 감정가와 더불어 주변 기반시설 평생 사용료가 함께 반영돼 있다. 반면 삼성전자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는 부지는 순수 토지 부분에 대한 감정가만 포함됐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달 하순 입찰에서 단독입찰자로 나서 주 토지국 최저 감정가로 낙찰받더라도 최종 지급해야 할 금액은 1443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이달 하순 삼성전자가 실제 애리조나주 토지국 입찰에 참여할 경우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 반도체 공장이 텍사스가 아닌, 애리조나주에 세워질 가능성이 굳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약 19조원을 쏟아부어 텍사스주 오스틴시 공장에 뒤이은 제2의 반도체 신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텍사스주는 지난달 중순께 삼성전자에 재산세 항목에서 최장 15년 간 3200억원의 세제감면 혜택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 보도가 나온 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팹은 완공 이후에도 끊임없는 미세공정 향상을 위해 대규모 신규 투자가 발생한다"라며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세제 인센티브 수준
삼성의 한 관계자도 매일경제에 "(우리의 새 반도체 투자 계획은) 애리조나주와 뉴욕주 등 다른 복수 후보지역에 대해서도 동일한 관심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신공장이 조만간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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