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국가를 상대로 고율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디지털세를 도입한 오스트리아, 영국,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 6개 국가의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USTR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6월, 미국 IT 대기업들을 보호하겠다며 이들 국가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1월 출범해 기존 방침 유지 여부를 검토했지만 조사를 이어받아 다음 단계로까지 진행하겠다고 이번에 밝힌 것이다. USTR은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작된 여론 수렴 등 관세 부과를 위한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타이 대표는 "미국이 OECD의 절차를 통해 국제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관세 부과 등 무역법 301조에 따른 우리의 선택지를 유지할 것"이라 설명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관행을 저지른 교역 상대국에 미국 대통령이 보복관세를 물릴 권한을 주는 연방 법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광범위한 중국 상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무역전쟁도 이 법률을 토대로 진행됐다.
프랑스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주로 미국 IT 기업을 대상으로 자국에서 벌어들인 연 매출의 일정 비율에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2019년 7월 신설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와 체코 등 동유럽과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자 트럼프 전 행정부는 "불공정하게 미국의 디지털 기술 기업을 겨냥했다"면서 무역법 301조를 들어 디지털세를 적용하는 국가의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3억 달러(약 1조4710억원)에 달하는 프랑스산 샴페인, 화장품, 핸드백 등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USTR은 조사명단에 올랐던 브라질, 체코,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는 디지털세를 아직 적용 또는 시행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국가를 보복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USTR은 이
미국 IT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인터넷협회(IA)는 "오늘날 USTR의 발표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밀어내는 데에 중요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병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