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당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번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94) 여왕과 메건 마클(39)을 풍자한 만평으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여왕의 손자인 해리(36) 왕자의 부인 마클은 최근 미국 CBS 방송을 통해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결혼 후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마클은 아들 아치가 태어났을 때 왕실 사람들이 피부색이 어두울 것을 우려해 아들을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왕실과 언론의 태도에 영국에서 살던 동안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3일) 일간 가디언,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이날자 표지 만평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마클을 등장시켰습니다.
만평은 여왕이 무릎으로 마클의 목을 짓누르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왜 마클은 버킹엄궁을 떠났나"라는 제목 아래 여왕에게 짓눌린 마클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이 만평은 지난해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빗대 여왕과 영국 왕실을 풍자한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 경찰 소속 데릭 쇼빈 전 경관은 조지 플로이드 체포 과정에서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데도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케 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왕을 인종차별적 경찰관에 빗댄 에브도의 만평은 그러나 영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비판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특히 여왕을 빨간 눈과 기분 나쁜 표정, 다리에 털을 난 모습으로 그린 점이 왕실 지지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인종 평등 싱크탱크인 러니미드 트러스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할리마 베굼 박사는 "샤를리 에브도는 모든 면에서 잘못했다. 마클의 목을 누르게 여왕을 묘사해 조지 플로이드 살인자에 빗댄다고? 재미 있지도 않고 인종차별을 향한 의문 제기도 아니며 모든 면에서 이번 이슈를 조롱하고 품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의 큰 저항을 받아왔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 1월 파리 도심에 위치한 에브도 사무실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르를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
이후 서방과 이슬람권 국가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에브도는 다시 잡지 1면에 티셔츠와 속옷만 걸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히잡을 쓴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는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