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에 연 0.5%의 예금 이자를 청구하겠습니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에 약 10만유로(1억3500만원)를 예금한 30대 독일 직장인 알렉스 비어하우스씨가 은행로부터 받은 편지다. '돈 보관료'를 내라는 통보에 그는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가뜩이나 이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꾸로 은행이 청구서를 보낸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예금을 다른 유럽국 은행에 나눠 옮겼다는 그는 "예금 이자를 받지 못해도 상관없는데 돈 내라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독일 대형은행들이 고객 예금을 다른 은행에 맡기도록 유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1·2위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지난해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신규 고객 예금에 마이너스(-) 0.5%의 연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를 적용하면,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이 줄어든다. 이렇게 고객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독일 은행은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지난해 3월만 해도 57곳이었지만 현재 237곳까지 4배 이상 늘었다.
예대마진이 주요 수익 창출원인 은행이 예금을 마다하는 건 '마이너스 금리'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9년 9월부터 은행들에 -0.5%의 예금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통상 은행은 중앙은행에 초과 지급준비금을 예치하고 이자수익을 내는데, ECB가 해당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리면서 은행들이 '보관 수수료'를 내게 됐다. 은행이 예금을 받을 수록 손해가 나는 셈이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12월 예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500억유로(약 3406조원)까지 늘면서 은행 부담은 더욱 커졌다. WSJ는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 예금 고객에게 '떠나라'고 요구하는 기이한 인센티브를 만든다"며 "은행들은 심지어 고객들이 다른 곳에 돈을 예치할 수 있도록 온라인 툴을 제공하기도 한
예금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반사이익을 본 업체도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예금이동 금융플랫폼 레이즌(Raisin)은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이용객이 32만5000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플랫폼을 통해 이동한 예금 규모도 50% 늘어난 약 300억유로에 달했다.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