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에 철군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오늘(17일) 톨로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지도자 중 한 명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서명한 공개 편지를 통해 "미국은 지난해 타결된 평화 합의를 완전하게 이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바라다르는 탈레반의 공동 설립자로 지난해 9월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평화 협상에 탈레반 대표로 나서고 있습니다.
앞서 탈레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인 지난해 2월 미국과 평화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합의에서 14개월 내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습니다. 미국은 1만2천여 명에 달했던 아프간 주둔 미군 수를 2천500명까지 줄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기 위해 탈레반에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국군이 모두 빠져나가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평화 합의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그제(15일)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은 편지에서 모든 이를 위해 이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며 "도하 합의 이행이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에 대한 존중도 약속했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던 1996∼2001년 복장, 교육, 외출 등에서 엄격한 제한을 받았습니다.
탈레반은 편지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모든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하는데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탈레반은 지난달 18일에도 취임을 앞둔 바이든 당시 차기 대통령을 향해 오는 5월까지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한 기존 합의를 존중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국토의 90%가량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습니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섰고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군에 대한 공세와 각종 테러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