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여름 독극물에 중독됐을 당시 치료했던 의사가 갑작스레 사망, 의문사 의혹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4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옴스크 구급병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이 병원의 마취·소생과 부과장인 세르게이 막시미신 박사가 55살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병원 측은 사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막시미신은 지난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 혼수상태에 빠져 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치료를 맡았던 책임자입니다.
당시 옴스크 병원측은 기자들에게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의사들은 그가 중독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막시미신은 당시 단 한 차례의 언론 브리핑에도 나서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막시미신은 이 병원의 최고위직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막시미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독일에서 독극물 중독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귀국한 나발니가 곧바로 체포·구속돼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러시아에서 확산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푸틴 정권이 '증거인멸'을 위해 그의 죽음에 연루돼 있다는 정권 차원의 암살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CNN은 나발니의 투옥에 대한 분노가 현재 크렘린궁 입장에서 큰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나발니의 비서실장인 레오니트 볼코프는 막시미신이 나발니의 치료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살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CNN은 "막시미신은 나발니를 치료한 과의 최고위 인사였으며 그의 혼수상태에 대한 치료를 책임지고 있었다"면서 "막시미신이 알렉세이(나발니)의 상태에 관해 그 누구보다 많이 알았던 만큼, 나는 살인 가능성을 떨쳐낼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CNN은 막시미신의 사인에 대한 지역 보건당국의 추가 언급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내부고발자를 포함, 최전선에 있는 의료 종사자들의 사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러시아에서 정치적 쟁점이 돼왔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CNN은 다만 그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옴스크의 보건 책임자인 알렉산드르 무라호프스키는 성명을 통해 막시미신이 이 병원에 28년간 몸담아왔으며 수천명의 생명을 살렸다면서 "우리는 막시미신 박사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다. 그는 너무도 일찍 떠났으며, 이 때문에 그를 잃은 고통은 더욱더 쓰라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에 머물다가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뒤에도 한동안 베를린에 머물며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독일 정부는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서 옛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한 바
나발니는 앞서 지난달 17일 귀국 직후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돼 수감됐습니다.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법원이 지난 2일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나발니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