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얀마 국가고문 아웅산 수치(75) 여사가 군에 의해 감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 군사정권 아래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한 정치범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민주화의 꽃'으로 불려졌다.
지난 1945년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수치 여사는 두 살 때 아버지가 암살된 뒤 인도와 영국에서 자랐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1972년 영국인 마이클 에어리스와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다.
그의 인생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88년 4월. 당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그는 미얀마에 들어왔다.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 승려들이 군정의 총칼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군정은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하고 1989년 가택연금했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1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뒀지만, 군정은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다음해인 1991년 수치 여사는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남편과 두 아들만 참석했다. 가택연금 상태라 그가 직접 시상식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1995년 가택연금이 해제됐지만 이후에도 구금과 석방은 반복됐고 2010년말 총선이 실시되면서 20년만에 전격 석방됐다.
그가 제도권 정치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12년 3월이다. 미얀마 보궐선거에 당선된 것.
그는 2013년 1월에는 한국을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수치 여사는 2015년 11월 자신이 이끄는 NLD 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군부가 만든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게 되자, 헌법에 없는 '국가 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됐다.
이후 수치 여사는 수치 고문으로 불려졌고 그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NLD당이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편 수치 고문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과 호주정부가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강력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수치 고문을 포함해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대변인은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도 이날 미얀마 군부가 다시 한번 정권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수치 고문 및 구금된 지도자들을 신속히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AFP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가 법에 의한 통치를 존중해 구금된 민간인 지도자들을 즉각 풀어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난해 실시된 총선 결과에 따라 평화로운 의회의 재소집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boyndal@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