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석유 산업을 강타한 지난해 미국 대형 석유회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합병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합병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 합병 성사시 세계 2위 석유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클 워스 셰브론 CEO가 지난해 합병에 대해 의논했다고 보도했다.
양사 CEO는 코로나19로 석유와 가스 수요가 줄고, 양사가 막대한 재정 압박을 느낌에 따라 합병을 논의했다. 소식통은 WSJ에 "(합병)논의는 예비 회담 수준이었고 더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엑손모빌과 셰브론의 합병이 성사됐다면 사상 최대 규모 합병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WSJ은 합병 기업의 가치가 35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엑손과 셰브론의 시가총액은 각각 1900억달러, 1640억달러다.
일일 가스와 원유 생산량은 7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생산량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의 합병은 1911년 미국 규제 당국에 의해 쪼개졌던 존 D.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이 100년만에 다시 부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스탠다드오일은 미국 내 석유 생산과 가공, 운송을 독점했다가 저지스탠더드오일(엑슨),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셰브론), 뉴욕스탠더드오일(모빌) 등 독립회사로 해체됐다.
다만 양사가 합병논의를 진전시키려 해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독점 규제에 막힐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석유 산업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당국이 석유 기업의 영향력 확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엑손은 7년 전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다. 당시 기업가치는 4000억
엑손과 셰브런 주가는 지난해 각각 29%, 20% 떨어졌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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