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현지시간으로 어제(31일) 러시아 전역에서 열려 4천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와 인테르팍스 통신,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극동과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11시간대에 걸쳐 있는 약 100개 도시에서 나발니 지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러시아 전역에서 4천5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 단체가 추산한 지난주말 시위 체포자(약 4천 명)보다 더 많은 숫자입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1천450명,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1천 명이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체는 또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 과정에서 곤봉 등으로 심하게 구타당했다고 전했습니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모든 시위를 불허했지만, 나발니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모스크바에선 이날 정오부터 저녁 6시 무렵까지 수천 명이 시내 곳곳에서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도둑이다', '푸틴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모스크바 시위 참가자를 약 2천 명으로 추산했으나 현지 언론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했습니다.
시위대는 당초 나발니가 자신에 대한 독살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청사 인근 광장에 집결하려 했으나 경찰이 접근을 차단하자 그곳에서 멀지 않은 다른 광장과 거리로 이동해 산발적 가두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나발니가 수감 중인 모스크바 동북쪽의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로 행진하며 막아서는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구치소 부근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시위대 집결을 막기 위해 시내 주요 지점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10곳에 가까운 지하철역을 폐쇄하는 한편 식당·카페 등에 영업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수천 명이 시내 중심가에서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밖에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유즈노사할린스크 등과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크스·크라스노야르스크,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페름·첼랴빈스크, 서부 도시 칼리닌그라드 등에서도 수백~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경찰과 폭동 진압 부대는 대다수 도시에서 해산 명령을 거부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체포해 연행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선 시위에 참여하려던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도 연행됐으나 재판 출석 확약을 한 뒤 석방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에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고 시위대 진압을 비난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향해 2주 연속 거친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주권국들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시위대의) 법률 위반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지지는 워싱턴의 막후 역할에 대한 또 하나의 방증"이라면서 "시위 조장 행동은 러시아 억제 전략의 일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나발니는 지난 17일 귀국 후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지난 2014년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체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집행국은 나발니의 집행유예 의무 위반을 근거로 모스크바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재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