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격으로 당장 현금이 급해진 이라크가 중국 기업과 20억달러 상당의 원유 선불계약을 체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가 원유 선불 거래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고, 국가 수입의 90% 가량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가격 하락으로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라크 경제가 11%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라크 외환보유고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어 달러 대비 디나르 가치는 거의 20%까지 급락했다.
선불계약과 관련해 SOMO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알라 알 야시리는 2일 "이라크는 무이자로 20억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라며 "유럽과 중국 두 회사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중국 회사가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해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알 야시리 책임자는 중국 기업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 최대 국영방위산업체의 자회사인 젠후아오일이 이라크 SOMO의 입찰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OMO는 지난해 11월에 1년치 원유 공급에 대한 선불 결제를 할 기업들의 입찰을 받았다.낙찰받은 기업은 앞으로 1년 동안 원유를 배송할 시기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으며, 이같은 계약은 내각 승인을 거쳤다고 알 야시리 책임자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익성 있는 거래를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 중국 기업이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이번 선불 결제 규모는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기간이 1년 한정이고, 거래 금액인 20억달러는 2021년 이라크 예상 석유 수입의 4%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억달러는 SOMO 1년 직원 급여·연금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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