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反)독점·반부패'를 내세운 규제당국을 통해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를 정면 겨냥해 주가가 폭락한 한편에서 '중국 명술' 마오타이와 우량예 주가가 꾸준히 올라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산당 지도부 기강 잡기가 고개 들면서 접대용 고급 술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가 상승 배경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상하이증시에서 귀주 마오타이 주가는 전날보다 0.02%내려간 1830위안(약 31만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보합세였지만 시가 총액이 2조3000억위안(약 389조2500억원)을 기록해 이달 들어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시총(24일 마감기준 2505억8700만유로·약 337조3300억원)을 넘어섰다. 영국 프리미엄 양조업체 디아지오(681억5300만 파운드·약 102조3340억원)나 벨기에 대형 양조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986억2300만 유로 · 약 132조7620억원)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마오타이는 올해 주가가 61.95% 올랐는데 같은 기간 상하이 종합주가지수(10.09%)나 상하이 증시 '대형 우량주 중심' CSI300지수(21.43%) 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선전증시 상장 기업인 또다른 '중국 명품 술' 제조업체 우량예 이빈 주가는 올들어 108.90%올랐는데 같은 기간 선전 성분지수(31.75%)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우량예 이빈 시총(1조700억 위안· 약 181조870억원)도 디아지오나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를 추월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귀주 마오타이·우량예 이빈 주가 급등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 투자 열기 △중국 경제 회복세에 따른 중산층 명품 수요 증가 △ 반부패 단속에 따른 접대용 수요 증가다.
최근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반독점 조사'와 금융계 반부패 단속 소식이 불거진 바 있다. 컨설팅업체 번스타인의 유안 맥레이시 연구원은 "중국에서 최근 새로운 반부패 단속이 진행 중인 것 같다"면서 "지난 2012~2013년부터 대대적으로 반부패 척결이 시작되면서 고위 간부들의 저녁 식사 자리와 선물이 늘었고 마오타이가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올랐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급등세보다는 덜하지만 당시 마오타이 주가는 '시진핑 정적' 보시라이 충칭 시 전 서기 숙청 사건이 불거진 지난 2012년 1월부터 시 주석이 취임한 같은해 11월 15일까지 약 12% 올랐었다.
올해 7월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술인 마오타이가 투기나 뇌물 목적으로 악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오타이가 투기나 뇌물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어 이달 21일 중국매체 펑파이는 올해 중국 당국이 금융 시장 반부패 감독을 강화하면서 중소형·국가 소유 대형 은행 등 금융계에서 80명 넘는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조사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금융 당국 규제'를 공식 비판했다가 지난 달 초 알리바바의 핀테크(금융 기술) 계열사 앤트그룹 상하이·홍콩증시 상장이 무기한 중단됐다. 이어 이달 24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알리바바그룹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선포하자 이날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8.13%, 뉴욕증시에서 13.34% 폭락했다.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도 마오타이·우량예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모닝스타 싱가포르의 알렌 청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중국 중산층의 고급 술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처분 소득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년 전보다 0.6%늘어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데이터 업체 팩트셋이 전문가 의견을 집계한 것을 보면 귀주 마오타이와 우량예 이빈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13%와 17% 늘어날 것이라는 게 예상 평균치다.
외국인 투자도 눈에 띈다. 귀주 마오타이는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 성이 지분을 가지고 통제하지만 미국 캐피털그룹의 뉴월드펀드도 주요 주주 중 하나로 최근 떠올랐다. 뉴월드펀드는 지난 9월 말까지를 기준으로 총 6억2700만달러(약 6919억원)을 투자
다만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귀주 마오타이 주가는 주당 예상 이익의 42배, 우량예 이빈은 43배인데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귀주 마오타이는 25배, 우량예 이빈은 22배였다. 맥레이시 연구원은 "두 업체는 기업 지배구조 우려가 크며 사업 목표와 전략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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