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남학생 330여명이 무장괴한에 납치된 가운데 이슬람 무장반군 보코하람이 이번 납치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6년 전에도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을 막기 위해 이번 범행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1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트시나에 있는 남학생 기숙학교인 정부 과학중등학교 남학생 330여명이 납치된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음성 파일을 로이터통신에 보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코하람은 음성 파일에서 "카트시나에서 일어난 일은 이슬람을 장려하고 비이슬람적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서구 교육은 알라와 그의 신성한 예언자가 허용하지 않은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했다. 보코하람이라는 말 자체가 현지 방언인 하우사어로 '서양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이 단체는 6년 전에도 나이지리아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당시 납치된 소녀들을 절반가량만 발견되거나 풀려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숙학교에 AK-47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쳐 남학생들을 납치했다. 현재 학생 800명 중 333명이 실종된 상태다. 학생들은 그룹으로 나뉘어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다른 학생들은 담장을 넘어 숲으로 달아나 무사했다.
탈출 학생 중 한 명인 우사마 말레(17세)는 11일 오후 10시 군복을 입은 수십명의 괴한들이 학교에 들이닥쳐 소총을 공중에 쏘아대며 학생들을 위협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때 인질범이 인질 수를 세었고 "우리는 520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이틀 동안 음식 없이 숲을 걸었다고 설명하며 "아직 수백명의 친구들이 숲 어딘가에 갇혀있다"고 했다.
탈출에 성공한 또 다른 학생은 행진 중에 적어도 두 명의 학생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보코하람은 2014년 4월에도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의 치복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국제적 공분을 샀다. 납치된 소녀들은 절반가량만 발견되거나 풀려났고 약 100여명의 소녀들이 아직 실종 상태다. 당시 세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BringBackOurGirls'(#우리소녀들을돌려달라) 캠페인이 촉발되기도 했다.
가르바 셰후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대변인은 정부가 인질범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셰후 대변인과 아미누 마사리 카트시나 주지사는 인질범들이 보코하람이 맞는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는 안보전문가들을 인용해 보코하람이 납치에 관여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납치범들이 이후 소년들을 이슬람 단체에 넘겼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납치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보코하람의 납치 주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도 납치 사건을 강력히 비난하고 "학생들의 즉각적인 무조건
보코하람은 2009년 이후 원래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처음으로 북서부 지역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3만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보코하람은 이슬람 국가 창설을 목표로 한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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