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다국적 석유회사 로얄더치쉘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이끄는 중역들은 회사 고위층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실망해 잇따라 회사를 탈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쉘의 태양에너지·해안풍력발전사업 담당자인 마크 반 게르벤, 전반적인 에너지 분야를 이끌어온 에릭 브래들리, 에너지전환전략팀 리더인 캐더린 딕손 등이 최근 몇 주 동안 회사를 나갔다고 전했다.
내년 2월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 전략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내부 충돌이 빚어진 게 문제였다. 쉘의 친환경 산업 전환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회사 구조를 바꾸길 원했지만, 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미 퇴사한 임원들 외에 다른 친환경 사업 분야 임원들도 향후 몇 달 안에 회사를 나가려 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내부 관계자 중 한 명은 "회사에 진짜로 변화가 있기는 할까 임직원들은 의심하고 있다"며 "고위 임원들이 급격한 변화를 마음먹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벤 반 보르덴 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바이오연료, 태양에너지 증 저탄소 사업 분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전통적인 석유·가스 사업 분야에서도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위 임원들은 심지어 쉘이 이미 충분히 변화를 거쳤으며, 수익성이 불분명환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쉘이 '탄소 제로' 시대에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거라는 위기감도 회사 내부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지난 8월 석유·가스 생산량을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 투자자, 환경운동단체 등의 친환경 산업 전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쉘은 내년 2월 전략을 발표하기도 전에 내분에 빠진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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