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6개월 만에 남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오늘(9일) 내놓으면서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재확인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해외 외교무대에서 한 북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발언에 대해 외무상이나 외무성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2인자인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반발했습니다.
해당 담화에서 김여정은 강 장관이 자신들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아냈다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자신들은 정확히 들었으니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또 정확히 계산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여정이 또 한 번 악역을 자처하며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주장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강 장관과 남측 당국을 향해 북한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남 분야에 관여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부터는 대남 전반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그는 경색된 남북관계 국면의 올해에는 남측에 직접 거친 비난 담화를 여러 차례 쏟아내며 '악역'을 수행 중입니다.
김여정은 지난 3월 3일 첫 대남 담화를 발표했는데, 당시 청와대가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저능하다' 등 거친 언사로 맹비난한 바 있습니다.
앞서 평창올림픽 때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고, 뒤이은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것과 비교되는 행보입니다.
김여정의 이런 악역 행보는 2인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하는 것인 동시에 김 위원장과 '굿캅'과 '배드캅'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여정이 거칠고 강한 언사와 행보로 대결을 주도하며 남측을 최고조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이후 김 위원장이 나서서 파국을 막은 것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김여정이 6월 담화에서 군부의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했으나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열고 이를 전격 보류하는 등 긴장 수위를 낮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여정은 대남문제뿐 아니라 북미관계 등 외교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시찰 수행 등
김여정의 이런 지위와 역할은 김정은 집권 체제가 지속할수록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공식 직함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당 제1부부장에 머물러있지만,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공식 지위와 직책도 격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