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인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이 대선 불복 이슈로 또 한차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에서 제기한 수 십건의 소송이 '세이프 하버 마감시간'으로 불리는 12월 8일 연방대법원에서 최종심판을 받게 된다. 이날 대법원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세력들은 마지막 승부수로 '선거인단 반란표'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 유권자 투표만으로 새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퇴물 선거시스템이 야기하는 문제로, 오는 12월 14일 치러지는 '진짜' 대통령 선거일(538명의 주별 선거인단 투표일)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바이든-트럼프 선거인단 확보, 2016년과 판박이 구조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은 한국과 달리 두 번의 투표 절차를 거친다. 국민 유권자가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대중투표가 11월에 먼저 치러진다. 이 대중투표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며 당선자가 됐다.
그런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 선출 방식을 간접선거로 만들었다. 방대한 대륙 곳곳에 분포하는 미국 국민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고, 이로 인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니 진짜 투표는 각 주별로 총 538명의 대리인(선거인단)이 12월에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해 새 대통령을 화정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유권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매일 후보자 뉴스와 정보를 방대하게 접하는 현실에 비춰 상당히 구시대적인 선거시스템이다.
제도의 효과성을 떠나 현 선거시스템을 현실에 적용하면 지난 11월 3일 치러진 대중투표는 온 국민들이 538명의 선거인단을 향해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향해 투표권을 행사해달라"는 호소와 약속의 성격을 갖는다.
대중투표로 각 주별 1위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는 해당 주의 인구 규모에 따라 배정된 선거인단 모두를 가져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에서 29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갔고,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할당된 캘리포니아주(55명)를 얻었다.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기준으로 바이든 당선인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을 확보할 것이라는 게 미국 현지매체들의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2016년 대선 선거인단 확보 상황(트럼프 306명 vs 힐러리 클린턴 232명)과 동일한 결과다.
■ 국민 뜻을 배신하는 대리자를 경계하라
11월 대중투표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이든 당선인이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12월 치러지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명이 모두 자신을 향해 투표할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배신자 투표로 불리는 'Faithless electors'(신의를 져버린 선거인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때는 총 6명의 배신자 투표가 나왔는데 이 중 상당수가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공화당 측 선거인단보다 '리버럴' 성향이 강한 민주당 측 선거인단에서 대중투표의 의견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반전 카드도 이 배신자 투표를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확정지은 조지아주 선거인단에 자신을 지지하는 성향의 인사들을 임명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중투표로 확인된 국민여론을 왜곡하는 반역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중투표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이 306명의 압도적인 주별 선거인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투표 결과를 뒤엎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만 과거 어떤 대선 후보들도 선택하지 않았던 강력한 불복소송과 흑색선전을 가동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세력의 현 움직임을 볼 때 12월 14일 치러지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나올 반란표가 2016년 발생한 반란표(6명)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진영에서 쏟아내는 대선 조작설 각종 음모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필립 클라인 전 캔사스 법무장관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헌법은 주별 선거인단에 대중투표 결과에 응해야 하는 어떤 법적 의무도 가하지 않고 있다"며 바이든
그는 "선거인단이 (고유의 신념이 아닌) 대중투표 결과에 구속돼 자신의 표를 행사하는 것은 헌법이 부과하는 법적 의무가 아닌, 각 지역 법률 관습에 의한 것"이라는 법논리를 설파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