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음에도 축소·은폐했음을 보여주는 정부 기밀 문건이 공개됐다.
CNN 방송은 익명의 중국 의료종사자가 제보한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내부 기밀 문건을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초가 아니라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문건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대규모 인플루엔자가 발병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이 문건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코로나19 현황 자료가 나와 있는데 당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한 자료와는 달랐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축소해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2월 10일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는 3911명이었지만 해당 자료에는 5918건으로 기록돼 있었다. 또 중국은 후베이성 지역에서 3월 7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2986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문서에 따르면 이 시기까지 사망자는 3456명이었다.
CNN은 중국이 코로나19 초기 진단 역량도 부족했다고 전했다.
문서에 게재된 3월 초 증상 시작과 진단 사이의 평균 시간은 23.3일 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질병을 다룰 때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23일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국이 적시에 필요한 개입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용된 진단 장비 자체도 정확성이 낮았다고 CNN은 부연했다.
올해 1월 10일 자료 표기된 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장비는 양성 사례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CNN이 입수한 문건에는 지난해 12월 후베이성에서 예년의 20배 규모에 이르는 독감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과 정부가 마련한 보
CNN은 "하향식 관료주의와 융통성 없는 절차로 제약을 받은 비효율적 보건 체계의 모습이 드러난다"며 "팬데믹 초기에 있었던 정부의 명확한 실수와 제도적인 실패의 패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최유빈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