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르면 내주 초에 초대 재무부 장관을 발표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내주 추수감사절(11월 26일) 직전이나 직후에 재무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급진적 성향의 인물이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 낙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고려한 듯, "내가 선택한 후보는 진보적이고 중도적인 민주당원들이 흡족해할 수 있는 후보"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 초대 내각을 이끌 장관직 중에서도 재무부 장관은 워싱턴 정가는 물론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자리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걸고 있는 급격한 법인세 인상 등 증제 정책과 그린뉴딜 관련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의 윤곽을 결정하는 자리이다보니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시장 입장에서는 초대 재무부 장관의 윤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현지매체 보도를 보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기존 후보군과 더불어 최근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워런 상원의원의 경우 바이든 당선인의 주변 인물 중에서도 가장 인생 스토리가 풍부한 인물로 꼽히지만 경제 '위기관리'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흙수저 성공신화'로 불리는 워런 의원은 부친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13살 때부터 친척의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토론대회에서 우승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갔으나 첫 사랑과 결혼하기 위해 2년 만에 중퇴했다. 딸이 두 살 때 로스쿨에 도전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재선 상원의원이 됐다.
파산법 분야 전문가인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거대 금융사를 규제하는 소비자금융보호청(CFPB)을 창설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미국 경제의 조속한 리바운드를 위해 시장에 규제 완화에 대한 신뢰를 심어야 하는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서 과거 규제 강화론자의 면모를 보여온 워런 의원을 재무부 장관 자리에 앉힐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 바이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초대 노동부 장관 자리를 두고 의욕을 보이고 있어 워런 의원을 선택할 경우 "핵심 경제 수장들을 모두 급진 성향의 상원의원 출신으로 채우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원인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하고 바이든 행정부 임기 초반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호흡을 맞추기에 편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전현직 미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의 조종대를 잡는 시나리오가 시장 입장에서는 훨씬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옐런 의장이 퇴임했던 2018년 2월 당시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60% 급락해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이와 함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2016년
옐런 전 의장의 남편은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이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UC버클리대 교수로,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커플'로 불린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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