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헌정 사상 첫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으로 기록될 카멀리 해리스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첫 대국민 연설에 입고 나온 의상 색상은 '서프러제트 화이트'였다. 미국 여성 참정권 획득 100주년인 올해 미국 유리천장을 깬 역사를 이뤘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리스 당선인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 확보로 승리를 확정지은 뒤 열린 델라웨어주 월밍턴 대국민 연설에 순백의 수트팬츠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패션잡지 보그지에 따르면, 이 옷 색깔은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서프러제트 화이트다. 영미권 여성 정치인들이 공식 행사에 흰옷을 입고 공식 행사에 참석해 연대의 메시지를 표시하는 전통을 이어간 것이다. 2016년 주요 정당 첫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 역시 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며 흰색 정장을 입었다.
이날 해리스 당선자는 연설에서 여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내가 이 직책(부통령)에 오른 첫 여성이겠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밤을 지켜보는 모든 소녀는 이곳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고 했다.
1964년생인 해리스 후보는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교수 아버지와 인도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법대를 졸업한 뒤 앨러미다 카운티 지방 검사실에서 검사 경력을 시작한 이후 각종 최초 수식어를 달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2004년 흑인 여성 첫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 됐고, 2011년 흑인이자 여성 최초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됐다. 2017년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최초 아시아계 여성 상원의원
미 언론에선 해리스는 이미 민주당 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77세의 고령이라 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주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내며 역량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