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의 중요한 격전지가 된 애리조나주에서 투표소가 제공한 유성펜을 사용해 투표할 경우 표가 집계에서 누락된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허위사실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가 특정 브랜드의 펜 때문에 집계가 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던 3일 밤부터 인터넷에서 퍼졌다.
일부 보수 공화당 지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샤피 게이트'(Sharpie gate)라고 부르는 이 소문은 투표용지에 샤피(유성펜 브랜드 이름)를 사용해 투표할 경우 표가 무효표로 처리된다는 내용이다.
로이터는 샤피게이트가 현재 바이든이 51%(84%개표 기준)로 우위에 있는 애리조나의 선거 결과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거날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 공무원은 샤피 사용이 투표에 집계에 영향이 없다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마리코파 선거관리국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메건 길버트슨은 지난해 새로운 표식 장비를 구매했으며, 샤피가 잉크가 가장 빨리 마르기 때문에 최적의 선택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그는 "샤피를 사용해도 괜찮다"며 "샤피는 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잉크가 빨리 마르기 때문에 선거일에 샤피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애리조나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신의 표가 개표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주민 안드레아 티에레(48)는 투표소에서 샤피를 사용했고, 이후 샤피를 사용한 투표가 집계에서 빠지고 있다는 페이스북 영상을 보고 불안해졌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그녀는 "확실히 사기행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샤피게이트가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실은 4일 로이터 통신에 샤피 사용에 대한 수백 건의 불만을 접수했고,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관련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같은날 CNN 방송에도 출연해 "샤피 사용으로 표가 누락되는 것에 대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샤피를 포함한 투표 도구 및 투표 용지에 대한 소문은 앞서 시카고, 미시간, 매사추세츠, 코네티컷주 등에서도 퍼졌다.
한편 샤피게이트 의혹을 담은 영상은 4일 오후까지 페이스북에서 10만1000여 차례 공유됐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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