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디지털화와 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건 가운데 정·관계의 구태의연한 업무처리 방식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일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를 보면 일본 각 성청(省廳·중앙 행정기관)을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완전히 닫고, 긴급 업무는 텔레워크로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최근 제기됐습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찬성한 이들은 수천 명 수준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청원 이유가 눈길을 끕니다.
청원자는 컨설팅업체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올해 3∼5월 국가 공무원의 업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6∼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여기서 장시간 노동과 디지털화 정체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국회의원과의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팩스에서 이메일로 바뀌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6.1%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혹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응했습니다.
PC로 작성한 문서를 출력해 팩스로 보내면 수신자가 이를 받아 다시 시스템에 입력하는 '비효율적인 관습'이라고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평가했습니다.
조사에 응한 농림수산성의 한 30대 공무원은 "이메일로 보낸 것과 똑같은 자료를 팩스로 다시 보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경험을 밝혔습니다.
국회의원에게 현안을 설명하는 방식이 전화나 온라인 대화로 바뀌었느냐는 물음에도 83%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내각부의 한 40대 공무원은 "긴급사태 선언 중에는 기본적으로 텔레워크였지만 국회의원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으며 20대 재무성 직원은 "온라인화가 전혀 진전하지 않아 '3밀'(밀접·밀집·밀폐) 상태에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15명 이상이 회의실에서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설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응답자의 36.7%는 3∼5월 가장 바쁜 달의 실제 초과근무 시간이 100시간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초과근무가 300시간을 넘긴 이들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질의도 장시간 근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총리나 각료에 대한 질문을 국회에서 해당 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 통보하도록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보다 늦게 질의서가 도착해 담당 공무원이 심야까지 대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1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가와우치 히로시(川內博史) 정무조사회장 대행은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주면 질문을 보내는 것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반응했
스가 정권은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방식 개선에 나설 계획이며 정·관계의 해묵은 관행이 바뀔지 주목됩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은 공무원들의 업무와 관련한 실태 조사를 지시했으며 일본 정부는 텔레워크와 화상회의 정착과 날인·대면 업무·종이 문서 등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