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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앤트가 조만간 상하이 스타마켓과 홍콩증시 상장을 앞둬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오른쪽은 앤트 모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출처=앤트·마윈 트위터 |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 중국 앤트그룹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39조원 이상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예상대로라면 글로벌 증시 IPO 사상 최대 규모다. 앤트가 '중국판 나스닥' 상하이 스타마켓과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이같은 자금을 모으면 모회사 알라바바 그룹을 창업한 마윈은 앤트 상장을 통해 세계 11위 부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월마트 상속자들을 제치는 셈이다. 앤트는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현재 상하이 스타마켓 상장일은 나오지 않았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가 상하이 스타마켓·홍콩증시 동시 상장을 통해 최소 344억 달러(약 38조8445억원)를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앤트가 중국 규제당국에 보고한 공시에 따르면 상하이 스타마켓 공모가는 1주에 68.8위안, 홍콩 증시 공모가는 80홍콩달러다. 앤트는 두 곳 증시에 각각 16억7000만주를 상장한다. 두 곳 증시에서 172억 달러씩을 끌어모아 총 344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공모 열기를 감안할 때 공모 규모가 344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상하이 스타마켓 IPO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760억 주를 청약 신청했는데 이는 앤트가 해당 증시에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낸 트란쉐(기업 자금·주식 분할 발행) 공모 수량의 284배를 넘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앤트의 동시 상장 사전 IPO에 나선 주요 기관투자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한 투자사 테마섹, 캐나다 연기금, 아부다비 투자청(ADIA) 등이다.
美 최대은행 JP모건 시총 제쳐 마윈 '세계 11위 부자' 전망…미·중 갈등 속 최대IPO가 최고 수익률 보장해주지 않아
앤트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증시 사상 최대 IPO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대 기록을 보면 현재 1위는 지난 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증시에 상장한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총 294억 달러)다. 2위는 지난 2014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앤트 모기업 알리바바(250억 달러), 3위는 2010년 7월 상하이·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한 중국 농업은행(221억 달러), 4위는 2006년 10월 상하이·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한 중국 공상은행(ICBC), 5위는 2018년 12월 도쿄 증시에 상장한 소프트뱅크(213억 달러)다. 이번 동시 상장에서 앤트가 그린슈(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하면 344억 달러 외에 추가로 52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이번 공모 가격을 기준으로 한 앤트 시가 총액은 약 3130억 달러다. 미국 마스터카드(3184억 달러)에 맞먹고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3085억 달러)보다 큰 규모다. 앞서 2018년 공모가 아닌 사모로 자금을 조달했을 때 앤트 기업 가치는 총 1500억 달러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은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에 모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윈이 앤트 IPO를 계기로 전세계 11번째 부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기존 순위인 17위에서 6계단 올라서는 셈이다. 미국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로레알 창업자 손녀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전 부인 매켄지 스콧, 월마트 상속자들인 앨리스 월턴·짐 월턴·로브 월턴을 넘어서는 부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마윈이 보유한 회사 지분 8.8%의 가치가 앤트 IPO 공모 가격을 기준으로 총 27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 IPO이후 마윈의 전체 재산이 총 716억 달러(약 81조원)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블록버스터 상장' 소식이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앤트 주식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증권사 모바일거래시스템(MTS)을 통해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IPO최대 규모 상장' 기업이 최고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장일과 지난 26일 거래 마감가격을 비교해보면 지난 7월 16일 당시 올해 기준 전세계 최대 규모로 상하이 스타마켓에 상장한 SMIC는 상장 첫날(공모가 27.46위안에 시작해 82.92위안으로 마감) 대비 주가가 29.51%떨어졌다. 상장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이달에는 50위안 대를 오가는 가운데 27일 오전에는 57.91위안에 거래 중이다
중국은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공산당 지도부 차원에서 '최대 규모' 증시 상장을 강조해왔다. SMIC와 앤트도 예외는 아니다. 앤트의 상하이 스타마켓 공모 작업 이름은 '프로젝트 스타'다. 중국은 자국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상하이 증시에 나스닥 IPO 방식을 적용한 스타마켓을 출범시켜 기술주 위주 증시 키우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SMIC와 앤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SMIC는 지난 해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자진 상장 폐지를 선언하고 올해 상하이 스타마켓에 입성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SMIC가 최초 상장 계획을 제출한 지 29일만에 승인해 상하이 증시가 1990년 설립된 후 최단기 승인 기록을 낼 정도로 상장을 밀어부쳤었다. 다만 지난 달 미국이 SMIC 제재 움직임을 본격화 하면서 9월 상하이 증시에서 SMIC 주가는 40위안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 핀테크 기업 앤트(알리페이)와 텐센트(위챗페이)에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이달 초 나온 바 있다. 생체 인식을 활용하는 중국 핀테크 기업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백악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장 관련 제재가 나올 가능성은 미지수다. 다만 이달 2일 미국 이민국(USCIS)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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