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코로나19 사태로 등록금 수입이 급감해 90여년만에 첫 적자를 냈다. 수십년간 탄탄대로를 걷던 학교 재정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갉아먹은 것이다.
하버드대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2019년 7월 1일~2020년 6월 30일)에 1005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2018회계연도, 2019회계연도에 각각 1억 9600만 달러, 3억 760만 달러의 이익을 냈던 하버드대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하버드대가 적자를 낸 것은 1930년대 이후 처음이다.
하버드대는 2021회계연도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이 재정이 나빠진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학생 등록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을 연기하거나 유예한 영향이다. 각종 행사 등이 열리지 못하다보니 학교 수입이 감소했다. 하버드대는 2020회계연도에 전년대비 1억 3800만 달러 수입이 줄어, 전체 수입이 전년대비 3%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수입 대비로는 5%, 약 2억 7000만 달러가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운용에서는 7.3%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기울어가는 살림을 벌충하기에는 부족했다. 하버드대 수입은 46%가 기부 등에서 발생하며, 등록금, 연구 수입이 각각 17%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비교육 분야에서 발생한다.
토마스 홀리스터 하버드대 재무담당 부총장은 "이번 실적 악화는 교직원 대상 일회성 희망퇴직, 일부 자산 감가상각 외에 수입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리스터 부총장은 "2021회계연도에도 2년 연속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19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비자 정책을 까다롭게 바꾸면서 학교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어학연수, 단기연수
여기에 코로나19 관련 검사 비용, 감염 방지를 위한 학교시설 정비 등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발생했다. 다만 기부금 등이 꾸준히 유입되며 하버드대 순자산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8억 9300만 달러 늘어난 501억 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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