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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의 보복을 염려하는 한국 일각의 정서에 대해 "친구와 함께 맞서면 그들은 물러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언제나 무리에서 약한 가젤을 노리지만 세계가 단결하면 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가리켜 "조약에 의해 맺어진 유일한 미국의 동맹국"이라며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클린 네트워크 뿐 아니라 중장기 과제인 EPN에도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바라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뭔가.
▶한국이 스스로의 국가안보를 위해 '클린 네트워크'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클린 네트워크는 번영과 자유를 뒷받침하는 가치를 공유한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다. 중국 공산당이 야기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인권 등에 대한 장기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디지털 표준에 뿌리를 둔다. 한국의 KT, SKT를 포함해 40개국, 50개 청정 통신사, 오라클 HP 소프트뱅크 등 선도적 기업들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해 유럽 8개국 방문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미르체아 게오아나 나토 사무차장은 나토 30개국 중 25개국이 '청정 국가(가입 국가)'가 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나토 회원국의 5G 인프라스트럭처가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우리는 5G 네트워크가 화웨이, ZTE와 같은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한국에 강조하고 있다. 5G와 사이버보안 등에서 세계적 기술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클린 네트워크에 동참해야 한다.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해킹의 표적이 됐다는 보도를 봤다. 우리가 함께 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 등을 제재하는 배경은.
▶중국 공산당은 경제, 군사, 외교, 문화 등에서 4차원 게임을 하고 있다. 인권, 지적재산권, 법치, 투명성, 환경 등은 물론 타국 주권을 무시한다. 매우 위험하다. 결국 '자유 대(對) 권위주의'의 문제다. 중국 공산당은 전세계 수십억명을 추적하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식 감시를 추구하고 있다. 데이터가 중국으로 들어가면 공산당을 위해 쓰이지만 밖으로 나오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선동 뿐이다. 화웨이나 ZTE 등은 중국 공산당에 파괴적 능력을 제공하고 중국 군대의 기술적 발전을 가져왔다. 화웨이는 미국에서 사기, 제재 위반을 비롯해 6개사의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들이 T-모바일과 도이체방크 미국 지사로부터 지적재산을 훔쳤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발이 닿는 모든 곳에서 동일한 전술을 쓴다. 중국 공산당은 화웨이부터 틱톡, 위쳇 등에 이르기까지 사악한 기술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국제적 규칙과 관련해 선을 넘은 행동에 대해 제한을 부과했다. 중국과 거래할 때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신중한 사고를 할 것을 권한다. 괴롭히는 자를 달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중국의 위협과 강압에 맞설 것을 촉구한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조약 동맹국이자 두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또 한국에 두번째로 큰 투자국이며 1200여개 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한쪽 편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가치, 규칙을 지킴으로써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다.
-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됐다는 의견이 있다. 사드 배치때 한국에 강력한 보복을 했는데.
▶첫째, 한국은 혼자가 아니다. 전세계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의 은폐와 강압 전략에 대한 진실을 깨달았다. 팬데믹은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은폐한 결과라는 것을 안다. 홍콩 시민 탄압과 신장·위구르의 인권 침해를 안다. 이것은 정부 지도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괴롭힘(bully)에 맞서려는 정치적 의지를 부여했다. 둘째, 미국은 여러분의 편에 설 것이다. 중국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가 축출되자 영국에서도 투자 철회나 HSBC 은행 처벌로 위협했다. 누구든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맞서면 그들은 물러선다. 당신 옆에 친구들이 함께 하면 그들은 정말로 물러서게 된다. 셋째, 중국 공산당을 다룰 때는 숫적인 우위와 단결과 연대의 힘이 있어야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와 기업으로 구성된 신뢰할 수있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다. 중국 공산당의 전략은 상대를 분열시켜서 정복하는 것이다. 항상 무리에서 제일 약한 가젤을 노린다. 그러나 우리가 단결하면 중국 공산당도 모든 민주주의 국가와 기업들에게 보복을 가할 수는 없다. 중국 공산당에게는 불행이지만 지금 세계는 그들의 '악의'를 깨달았다.
-EPN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 참여시 어떤 이득이 있나.
▶EPN은 진실성, 책임성, 투명성, 상호주의, 법치, 재산과 주권 존중 등 신뢰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 기업, 기관, 시민사회로 구성된다. 이 네트워크는 디지털,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공급망, 상업, 연구 등을 포함한 모든 경제협력 영역에 적용된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연합을 구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현재 우리는 '클린 네트워크', '클린 인프라스트럭처', '클린 파이낸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더 많이 참여할수록 분명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몇몇 나라와 맺은 '에너지 자원 지배구조 이니셔티브(ERGI)'는 '클린 광물 네트워크'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올바른 노동 관행을 가진 나라들로 '클린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이 미래 기술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데 장기적 대응 계획은 뭔가.
▶중국은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등 군대와 민간 분야를 융합하는 전략을 쓰며 기술표준을 포함해 글로벌 규칙·규범을 재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적·상업적 이익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절도, 강제적인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모든 종류의 새로운 기술을 군사화하려는 체계적 전략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적인 혁신 리더다.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가장 많은 벤처 자본을 유치하며 첨단기술 제조 부문에서 가장 큰 생산자다.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전세계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첨단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양하고 안전하며 탄력적인 공급망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벌 제조업과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는 미국이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는데 앞장 서기를 원한다. 이러한 꿈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자유없이는 번영도 없다.
-한국의 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협력 지점은.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개발도상국에게는 또다른 팬데믹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을 황폐화시킬 팬데믹이다. 중국은 개도국의 자원을 빨아들이고 재정을 탕진시킨다. 일대일로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소요되는 장기적 재정부담을 감추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 정책은 개방되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이 세계경제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려면 개방된 투자 환경, 양질의 지배구조,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가 있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사이버 보안과 법 집행, 태평양 도서국가에서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의 거대한 야망에 놀랐다" GM 부사장 시절 故정주영 창업주 평가
"최고의 울산 공장, 약속 지키는 그의 유산"…철공소집 아들로 1984년 최연소 GM 부사장
한국 음식 최고로 치며 노래방 문화 즐겨
"1984년 제네럴모터스(GM) 부사장 시절 나는 현대차의 거대한 야망에 놀랐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 차관은 1980년대 한국 경제의 탁월한 성장 저력을 '정주영'과 '현대차'라는 단어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GM 부사장으로 그는 현대차 울산 공장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현대차를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키우려는 정주영 회장이 현장 근로자들에게 매일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등 자신이 약속한 근로자 처우 노력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정주영 창업주의 유산"이 당시 울산 공장의 근로자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인지하고 회사에 막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크라크 차관은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모두 시험을 거쳐 현대차가 소유한 부두로 이동했다. 심지어 울산의 조선소는 1972년 정주영에 의해 설립된 현대중공업이 운영한다"며 "이는 세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효율적 대량 생산을 이루기 위해 모방하고 싶어하는 청사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생겨난 것처럼 한미 동맹 역시 비단 안보 뿐 아니라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동반자 관계에 기초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1200개 이상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미국만의 가치관이 아닌, 한국의 가치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크라크 차관은 가난한 철공소 집 아들로 태어나 불과 26세의 나이에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제네럴모터스(GM) 부사장에 오르는 등 미국 재계에서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퍼듀대 산업공학과 출신인 그는 산업용 로봇 접목으로 GM의 경쟁력을 강화시킨 핵심 인재로 1984년 GM 역사 상 최연소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GM 고위직에 만족하지 않고 1987년 실리콘벨리로 뛰쳐나가 라스나, 아리바 등 혁신 기업들을 창업했다. 특히 기업 간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인 아리바는 2000년 시가총액이 400억달러에 달했다. 대기업 임원에서 혁신기업 설립자로 변신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6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추천을 받아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크라크 차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한국 음식을 즐기며 밤 늦은 시간까지 노래방에서 즐겁운 시간을 보내는 등 한국에 대한 멋진 기억들이 가득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 He is
△1957년 오하이오주 출생 △1979년 퍼듀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1년 하버드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석사 △1984년 GM 부사장 △1995~1996년 벤치마크캐피탈 CEO △1996~2003년 아리바 공동설립자 겸 CEO △2007~2013년 퍼듀대 이사회 의장 △2009~2019년 다큐사인 CEO △2019년 6월~現 미국 국무부 경제 차관
※ 인터뷰 원문(영문)은 매일경제 영문뉴스 '펄스(Pulse)' 참조.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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