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다른 업무를 맡았다면 상여금과 퇴직금 지급에 차이가 있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일본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가 정규직과 다른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에 대해 상여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일본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 보다는 업무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애매한 동일노동·동일임금 규정으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처우 격차를 두고 각종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 재계에선 부담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안도하고 있다. 해당 소송 외에도 15일에는 일본우편 등을 상대로 한 비정규직에 대한 유급병가 격차 등에 대한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소송은 오사카 의대에서 비서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사원과 매점 업무를 하던 도쿄메트로 비정규직 사원이 제기했다.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오사카의대)과 퇴직금(도쿄메트로)을 비정규직에 지급하지 않은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에 비춰볼 때 문제가 있다는 소송이었다. 오사카의대의 경우 1심 재판부는 기업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해당 직원들이 승소하는 등 팽팽한 소송전이 이어졌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원고들이 정규직과 다른 업무를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사카의대 직원의 경우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에 비해 영문학술지 편집, 병리 해부 유족 대응 등의 업무를 더 담당했다. 또 도쿄메트로 정규직의 업무엔 매장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 매출 향상을 위한 기획 등 파견직 사원들이 맡지 않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최고재판소는 다른 일을 했다는 점이 인정되는만큼 퇴직금, 상여금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정규직과 무조건 동일한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면 바쁠 때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던 업계 입장에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으나 이번 판결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서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재판 결과의 다른 의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 차이가 없을 경우 격차는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격차 해소를 위해 더 노력해야할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무 전문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책임이 다를 경우 차이가 인정된다는 것으로 향후 기업들은 업무별로 책임의 차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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