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통한 가톨릭 복음 전파에 큰 힘을 보탠 이탈리아의 10대 소년이 불의의 질병으로 숨진 후 14년 만에 시복(諡福)됐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은 그제(10일) 카를로 아쿠티스에 대한 시복 추서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아쿠티스를 복자(福者)로 승인하는 시복 교령을 발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1991년생으로 밀라노 출신인 아쿠티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어릴 때부터 보기 드물게 강한 종교적 신념과 이웃 사랑의 정신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모의 증언에 따르면 아쿠티스는 3살 때 교회를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고, 7살 때는 세례를 받겠다고 청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대학 교재로 코딩을 익히는 등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춘 그는 생전 지역 교구를 도와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제작·관리하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인터넷 수호성인', '신의 인플루언서' 등의 수식어가 따릅니다.
겨울철 추위에 떠는 노숙인에게 이불을 가져다주는가 하면 부모님에게서 받은 용돈을 모아 가톨릭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선행을 실천했습니다.
이런 그의 신심은 종교와 거리가 먼 부모님의 마음마저 움직여 독실한 신자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5살의 나이에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06년 10월 끝내 세상을 떠나 교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는 눈을 감기 전 평생 청빈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고향인 아시시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시복 추서식이 아시시에서 거행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입니다.
아쿠티스에 대한 시복은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살 나이의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miracle)으로 인정받은 데 따른 것입니다.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 또는 신자에 대해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하고서 교황의 승인을 받아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聖人) 등의 호칭을 수
가경자는 성덕만 인정된 이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됩니다.
아쿠티스는 1900년대 이래 복자 칭호를 수여받은 최연소 인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여기서 한 번의 기적이 추가되면 시성돼 가톨릭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