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이 총선 부정 논란으로 불거진 야권의 선거 불복 시위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올려 "합법적인 정부 부처 수장들이 확정되고, 국가가 법의 궤도로 돌아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수도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야권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난 지 나흘만의 사퇴 의사 표명이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정치 상황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면서 "총선 결과가 무효화됐고 이제 새로운 총선 일정을 확정해야 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향후 정치일정을 소개했다.
그는 사퇴 의사 표명 후 쿠바트벡 보로노프 전 총리 해임과 그가 이끈 기존 내각 해산령에 서명했다. 또 비슈케크에 9일 저녁 8시부터 21일 오전 8시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내무차관(경찰차장) 알마즈벡 오로잘리예프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국방부 총참모부엔 질서 유지를 위한 군대 투입 명령을 하달했다.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새 총리를 임명하고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의회의 결정과 대통령 명령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필요한 대통령령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슈케크에선 여권과 야권의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시내 중심가로 몰려나와 동시 다발 시위를 벌였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4일 실시된 총선에서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것으로 잠정 개표 결과 나타났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비슈케크와 주요 지방 도시들에서 저항 시위를 벌였다.
이날도 시내 중앙광장에선 최근 야권 시위 과정에서 구치소에서 풀려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집회를 열었다. 아탐바예프는 집회 연설에서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아울러 아탐바예프의 정적으로 역시 최근 석방된 야당 '메켄칠'(애국자당)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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