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죠."
애플 공동 창업자 고(故)스티브 잡스와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최고의 '동갑내기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64)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가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49) 공동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와 잡스를 비교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회장으로서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운영 중인 게이츠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가 천재라면 일론은 엔지니어에 가깝다"면서 "스티브는 디자인을 비롯해 사람을 잡아끌고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천재였고, 일론은 그에 비하면 말만 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부딪혀보고 실천하는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차세대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일론 머스크를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비견하는데, 잡스를 실제로 알고 지낸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게이츠 회장은 "당신이 누군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면 그런 단순화된 비교가 이상해 보일 것"이라면서 "그 둘을 서로 헷갈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9일 CNBC는 지난 2017년 11월 테슬라 실적발표 당시 일론 머스크 CEO는 "배터리 공장에서 로봇 모듈 문제를 고치기 위해 일요일에도 하루 종일 공장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게이츠 회장의 '엔지니어' 발언을 뒷받침했다.
게이츠 회장과 잡스 전 애플 CEO 겸 공동창업자는 젊은 시절 서로를 비판하며 라이벌 구도를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게이츠 회장은 젊은 시절 "잡스는 엔지니어링과 프로그래밍도 할 줄 모른다"면서 "그가 말하는 것은 99%가 틀렸는데 쓰레기같은 제품을 사서 뭐하냐"고 지적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잡스는 "게이츠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멋이란 게 없는 회사"라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은 테슬라와 니콜라의 주가와 관련한 언급도 했다.
'전기자동차(EV)는 녹색 경제에서 비교적 쉬운 부분이라는 평가에 비춰볼 때 두 업체가 시장에서 과대평가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게이츠 회장은 "일론은 질적으로도 잘해냈다"면서 "다만 테슬라가 얼마나 이익을 낼 것인가,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주식하는 사람들의 관심사이지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게이츠 회장은 "일론을 비롯한 업계 사람들이 위대한 전기차를 만들어 기후 변화 문제 대응에 기여했다"면서 "일론이 전기차 시장을 열어 성장성을 보여주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그의 성공을 보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EV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운 영역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게이츠 회장은 EV가 상대적으로 쉬운 산업이라면서도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EV상용화는 너무나 좋은(supergood)소식"이라면서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EV를 타지만 앞으로 10~20년 후에는 EV가 주류가 될 것이며 배터리를 비롯해 EV 산업은 아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최근의 IT산업에 대해서 게이츠 회장은 더 많은 연구개발(R&D)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와 잡스가 활동하던 20년 전을 보면 우리는 디지털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을 장점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면서 "하지만 오늘날 혁신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고난도의 영역도 많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자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오는 22일 주주총회 겸 배터리데이를 연다.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가 CATL이나 LG화학, 파나소닉 배터리 대신 자체 배터리 제작을 발표할 가능성과 더불어 CATL와 합작으로 수명이 긴 배터리를 발표할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블룸버그는 테슬라 전기 배터리 최대 협력사인 중국 CATL의 쩡 위췬 회장 인터뷰에서 회장이 "일론은 재미있는 사람이고 하루 종일 배터리 비용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답한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한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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