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로 기운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카랑카랑한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일명 '노터리어스 RBG'가 87세를 일기로 18일(현지시간) 영면했다. 미국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그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뒤 28년째 연방 대법관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자진 사임을 거부해왔던 그는 췌장암 합병증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이미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등 2명의 대법관이 새로 지명된 상황에서 자신마저 물러나면 보수 일색의 대법원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자리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것이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은 현재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평가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명의 대법관을 지명할 권리를 갖게 됐지만 의회 청문회 등을 감안하면 11월 3일 대선 이전에 새로운 대법관이 취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테드 크루즈, 톰 코튼 상원의원 등을 포함한 대법관 예비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당선돼야 연방 대법원의 보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금도 미국 사회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고(故) 긴스버그 대법관은 193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코넬 대학 학부를 다닐 때는 유명 소설가인 블라디미르 라보코프 밑에서 문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만난 남편 마틴 긴스버그와 결혼한 뒤에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다녔다. 당시 하버드대 로스쿨에는 500명의 학생 중 여성은 9명에 그쳤다고 한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고 1993년 빌 클린턴 정부때 연방 대법관이 됐다.
긴스버드 대법관에 앞서 여성 대법관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한 산드라 데이 오코너가 유일했다. 긴스버그는 여성 권리신장에 앞장 선 '대모'이기도 했다. 진보 진영과 여성계에서는 그를 '악명높은(notorious) RBG'라 불렀다. 유명 래퍼 '노터리어스 B.I.G'에 빗댄 애칭으로 2015년 출간된 전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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