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사막에서 12만 년 전 인류의 발자국이 발견돼 화제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의 매튜 스튜어트 박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통해 "고인류 발자국이 담긴 화석은 알라타르(Alathar·아랍어로 흔적을 뜻함)라는 고대 호수에 침식된 뒤 12만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 지난 2017년 내 박사과정 연구의 현장답사 동안 발견됐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튜어트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북부 지역은 12만 년 전 초원이었고 소수의 호모사피엔스는 얕은 호수에 들러 물을 마시고 식량을 확보했다"며 "호수에는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종보다 큰 낙타와 물소 그리고 코끼리가 자주 찾아와 이들은 이런 거대 동물을 사냥했을 지도 모른다"라며 이 사막이 12만 년 전 인류가 잠시 머물던 경유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비아반도는 초기 인류와 당시 동물이 살기 어려웠던 광대한 볼모의 사막이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연구에서 언제나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적 기후 변화로 마지막 간빙기로 알려진 그 당시 아라비아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푸르고 습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발견과 관련해 스튜어트 박사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영국 로열홀러웨이런던대학교 지리학자 리처드 클라크-윌슨 박사는 "과거 어떤 시기에는 아라비아반도 내륙을 차지하는 이 사막이 늘 물을 머금은 담수호와 강이 있는 드넓은 초원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화석의 형성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이는 퇴적층 속의 석영이나 장석 등 무기결정에서 방출되는 루미네선스의 양을 측정해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런 무기결정은 땅에 묻히고 나서부터 퇴적물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되면 전자 형태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성질이 있다.
즉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쌓아 왔는지를 빛의 형태로 측정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묻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막에서 발견된 총 수백 점의 발자국 중 7점이 당시 인류가 남긴 것이 확실"하다며 "그중 4점은 비슷한 방향과 서로 간의 거리·크기 등으로 볼 때 2~3명이 함께 여행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들 고인류의 발자국에서 유추한 키와 몸무게 추정치에
스튜어트 박사는 "고인류가 이 호수를 방문한 동안 이 지역에 석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이들은 물과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호수를 방문했다가 동물도 사냥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최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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