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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도 이를 일부러 축소·은폐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말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당시 부보좌관 등으로부터 기밀 정보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은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15일 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 기자의 '격노' 일부 내용을 사전 입수해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받은 뒤인 2월 7일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끔찍하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기 중에서 숨을 쉬기만 하면 전염이 된다.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들다"며 "아주 치명적(deadly stuff)"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뒤 3월 19일 인터뷰에서는 우드워드에게 자신이 코로나19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 지금도 최대한 조용히 다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WP는 덧붙였다.
지난 2~3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아무것도 걱정할게 없다"며 안정을 촉구하고 코로나19 관련 위험성을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발언을 이어갔다. WP는 "미국 정부가 완전히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 계절성 독감보다 사망률이 낮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몇 주가 더 걸렸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폭로에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행동을 시인하면서도 잘못한 점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연방대법관 후보 목록을 발표하면서 "내가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미국 사회에 패닉을 조장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사람들이 겁먹지 않았으면 했다"면서 "절대로 이 나라나 세계를 광란으로 몰아넣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감과 힘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우드워드가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도 대중에게 좀 더 빨리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코로나19 심각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 사실을 미리 알렸다면 미국 사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지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WP는 "책 출간을 위해 흥미로운 정보(juicy information)를 아껴둔 건 우드워드가 처음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데이빗 보드먼 시애틀타임스 편집장은 트위터에 "이런 관행이 과연 윤리적일까"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여론에서도 "언론인은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우드워드는 "그(대통령)에게 (인터뷰가) 책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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