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는 지난 3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전 국민에 자택 격리령을 내리고 국경을 봉쇄해 입국은 물론 출국까지 전면 차단했습니다.
중남미 국가 중 처음 의무 격리령을 내린 것으로, 당시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두 자릿수에 그치던 시점이었습니다.
발 빠르고 강도 높은 조치였으나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일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5만7천여 명으로 전 세계 5위, 사망자는 2만9천여 명으로 전 세계 9위 수준입니다.
인구 3천300만 명가량인 페루의 인구 100만 명 대비 사망자는 880명(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유럽의 산마리노가 100만 명당 사망자 1천237명으로 유일하게 페루보다 많지만, 산마리노의 전체 인구가 3만여 명에 불과하고, 코로나19 사망자가 42명인 점을 고려하면 페루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열악한 의료 환경, 비공식 노동자들이 많은 노동 상황, 높은 빈곤율, 양호하지 않은 국민의 건강상태 등이 코로나19 사망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EFE통신에 따르면 페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의료 지출 비중은 2.2%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수준인 6%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보건의료 예산도 늘 충분치 않은 데다 효율적으로 지출되지도 못해 공공병원은 장비와 시설 상황도 매우 열악합니다. 코로나19 전까지 인공호흡기 등을 갖춘 중환자 병상이 276개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페루에선 장비 부족 등에 항의하는 의료진의 시위가 이어졌고, 실제로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진료하다 숨진 의사도 100명이 넘습니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13명으로 중남미 최저 수준인데, 그나마 아마존 지역 등은 의사 찾기가 더 힘듭니다.
국민의 방역 규정 위반도 잦았습니다.
EFE통신에 따르면 비상사태 선포 이후 첫 두 달 간 페루에서는 5만 명 이상이 통행금지 위
노동 인구의 70%가량이 비공식 노동자여서 생계를 위해 격리를 어겨야 하는 이들도 많은 데다, 격리 장기화에 지쳐 경각심 없이 외출이나 모임을 감행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아울러 페루 국민의 과체중 비율이 70%에 달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도 코로나19 치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