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발 대량실직 사태가 터진 지난 4월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 오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직자들이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인 탓에 소득 평균값을 오히려 올리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자료=미 노동통계국] |
"대량 실직 사태에도 근로소득이 올랐다고?"
코로나19 감염 불바다인 미국에서 기존 경제 통계가 황당한 수치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량실직 사태 속에서 오히려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소득이 작년보다 8% 증가했다"라는 엉터리 통계가 나오고 있는 것.
최근 공개된 미 노동통계국의 지난 7월 시간 당 미 근로자들의 평균소득 증감율은 전년 대비 3.7%에 이르고 있다.
팬데믹 발 경제봉쇄로 대량 실직사태를 맞은 미국 사회에서 응당 떨어져야 할 시간 당 급여 소득이 어떻게 4% 가까이 증가할 수 있을까.
이는 통계에 잡히는 임시·일용직·저임금 근로자 때문이다. 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대거 일자리를 잃으면서 평균값을 올리는 참담한 착시 현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통계국은 "최근 시간 당 평균 급여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폐쇄로 저임금 노동자(lower-paid workers)들의 막대한 일자리 감소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이 최고조에 달했던 4월의 경우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0%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은 최근 경제서한에서 "평균 주간임금 상승률 통계 등이 노동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대량해고 여파를 제외하고 정규직 일자리 근로자들의 최근 임금 상승률을 보면 결코 상승 추세가 아닌 '평탄'(flat)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직원 해고한 '1인 직원·사장' 총임금 증가도 통계 착시
총임금 수준이 오르는 것 역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판단이다. 예컨대 지난해까지 직원 2명과 3인 근로자 체제로 식당을 운영한 주인 A씨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1인 직원이 돼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식당을 운영했다.
그 결과 인건비 부담이 낮아져 일시적으로 식당 수익이 상승하고 A씨의 임금이 작년보다 커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해 통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유효하게 적용됐던 통계가 코로나19라는 대재앙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보다 강력한 사례도 있다.
바로 실업률과 임금상승률(또는 물가상승률) 간 역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다.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내 일자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 2%가 넘는 인플레이션 수준을 용인할 것임을 천명했다.
과거 연준은 실업률 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을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했다.
그런데 일자리가 늘고 지갑이 두터워진 근로자들이 소비활동에 참여해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은 갈수록 시장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고용주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데다, 자동화 등 기술혁신으로 제품 생산단가가 낮아져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뒤 미국 매체들은 전문가 발언을 빌어 "연준이 필립스 곡선과 결별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 정부·중앙은행, "첫째, 둘째도 일자리 정상화"
더구나 지금 모든 정부와 중앙은행들에 최우선 고려사항은 바로 일자리다.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노동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기업과 가계에 '무한대'(Infinity) 수준의 양적완화 조처에 돌입했다.
한국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에서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미 항공업계는 최근 대량해고 계획을 언급하며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최근 '미국인은 굶어죽는데, 상원은 휴가 중'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 상원이 교착상태인 협상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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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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